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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인터뷰] 연약한 몸체에서 내뿜는 우렁찬 소리 피리는 '반전 매력'을 지녔답니다

2014/06/19 09:32:41

◇이름도 모양도 1500년 전 그대로

피리는 원래 중앙아시아 구자지역의 악기로, 중국을 거쳐 고구려 시대인 5세기경 우리나라로 전해졌다. 외국에서 들여온 악기지만, 우리 정서에 완벽히 적응하며 1500년 넘게 꾸준히 연주됐다. 백성의 잔치, 궁중 의례와 연회, 양반들의 실내 음악회 등 '판'이 벌어지는 곳에 언제나 피리가 있었다.

"중앙아시아의 '필릴리에'가 중국에 전해지면서 '피리'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는데 그 이름을 지금까지 쓰고 있으니 신기하죠. 피리를 한자로 '필률'이라고 써요. 500년 전 조선 성종 때 제작한 '악학궤범'에 필률 그림과 설명이 나오는데 악기 모양도 요즘과 똑같아요."

우리 옛 그림 속에서도 피리의 흔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게 단원 김홍도의 '무동(舞童)'이다. 덩실덩실 춤을 추는 아이 곁에 피리 악사 두 명이 앉아 입에 숨을 잔뜩 불어넣고 열심히 연주를 하고 있다. 북·장구·대금·해금 연주자의 모습도 보인다.

"피리에는 향피리·세피리·당피리가 있어요. 김홍도의 그림에 있는 게 향피리입니다. 궁중과 민간의 야외 음악에 폭넓게 쓰였죠. 가느다란 세피리는 비교적 음량이 작아 실내악에 주로 등장했고, 몸체가 두껍고 소리가 큰 당피리는 야외에서 진행된 궁중 의례 때 사용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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