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이 직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먹는 물'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한 대형마트의 1~4월 음료 시장 매출 부문 1위는 생수였다. "인간의 체내는 70%가 물로 채워져 있는데 5%만 부족해도 탈수 현상이 일어나요. 그만큼 물이 중요하단 얘기죠. 아마 나중에는 석유가 아닌 물을 차지하려고 전쟁이 벌어지지 않을까요?" 지난 3일 만난 이제훈 씨가 물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제훈 씨는 지난 1995년 서울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호텔에 입사해 현재 식음료 연회장 서비스팀 지배인으로 일하고 있다. 그가 처음 물에 관심을 갖게 된 건 1999년. 고객에게 '실수'를 하고 나서부터다.
"1999년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와인 소믈리에를 하고 있었어요. 어느 날 주한 독일대사 부부가 투명한 액체가 담긴 병을 가져왔죠. 스파클링 와인과 똑같이 생겼길래 물잔이 아닌 샴페인 잔에 담아 서비스를 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이탈리아 물이더군요.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거렸어요. 이를 계기로 물도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죠."
그는 다음날부터 서적을 두루 살펴보며 그동안 몰랐던 물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당시 국내엔 생수에 관해 다룬 책이 많이 없어 외국 도서까지 읽으며 지식을 채워나갔다. 그러던 중 수자원공사에서 제1회 워터 소믈리에를 뽑는다는 소식이 들렸다.
"유럽에선 1990년대 워터 소믈리에가 처음 생겨났어요. 국내는 이보다 20년가량 늦은 2011년 워터 소믈리에가 등장했죠. 자격증은 기본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물의 역사와 종류, 물 상식에 관련된 필기시험, 물이 든 잔 5~6개를 두고 생수명을 가린 채 어떤 물인지 맞추는 블라인드 테이스팅 등으로 나눠 진행됐어요. 그간 열심히 공부해온 덕분에 자격증 시험에 한 번에 합격할 수 있었죠."
이 씨는 흔히 색과 냄새, 맛이 없어 구별 불가능할 것 같은 물도 종류별로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물의 판단은 시각과 후각, 미각 순으로 진행돼요. '시각' 과정에선 잔을 흔들고 물이 빨리 흘러내리는지 아닌지 점성을 평가하죠. 미네랄이 많이 든 물일수록 점성이 심해 물이 천천히 흘러내려요. '후각'에선 냄새를 맡아서 레몬처럼 톡 쏘는 맛인지, 자몽처럼 상큼한 맛인지 등을 평가해요. 물을 바로 삼키지 않고 입에 넣어 천천히 맛을 느끼는 '미각' 판단 과정을 거치면 최종 평가가 이뤄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