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가 좋아 한국으로… 전국 배낭여행 하며 한국의 정에 푹 빠져
프랑스 청년 파비앙은 한국에서 모델 겸 연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로 한국 생활 6년째. 연기 데뷔작은 2010년 SBS 드라마 '제중원'이다. 이후 '더킹 투하츠' '닥터 진(이상 MBC)' 등의 드라마와 '블라인드 시즌2' '어쿠스틱 러브' 같은 연극 작품에 두루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프랑스 파리 토박이였던 그는 운동을 통해 한국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어릴 땐 몸집도 작고 허약했어요. 보다 못한 부모님이 운동으로 체력을 기르라며 집 근처 태권도장에 절 보냈죠. 다섯 살 때부터 태권도를 하면서 한국이라는 나라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우연한 계기로 시작한 태권도였지만 중학교 1학년 땐 프랑스 국가대표 선수가 될 정도로 푹 빠졌다. 하지만 2003년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유러피언 챔피언십 경기 도중 무릎 부상을 당했어요. 아직 덜 나았어요. 조금만 무리해서 운동해도 욱신거리고 아프거든요." 선수 활동은 접었지만 요즘도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체육관을 찾아가 태권도 연습을 한다.
대학 졸업을 앞둔 2007년, 파비앙은 '태권도의 나라' 한국을 방문하기로 결심했다. 기본적인 인사말조차도 할 줄 몰랐지만 한국에 대한 궁금증과 관심만으로 3개월간의 긴 배낭여행을 계획했다.
"서울을 비롯해 부산, 광주, 강화도 등 대한민국 곳곳을 돌아다녔어요. 경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한국말을 몰라 1시간 동안 방황한 적도 있어요. 그때 아저씨 한 분이 오셔서 맛있는 밥도 사주시고 종일 경주 구경을 시켜주셨죠. 이 밖에도 많은 한국 사람이 저를 도와줬어요. 덕분에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요."
여행을 마치고 프랑스로 돌아간 그는 이듬해 다시 한국을 찾았다. 한국인의 따뜻한 정이 그리웠고 더 자세히 한국을 알고 싶어서였다. 연극동아리 활동을 했던 경험을 살려 한국에서 연기자의 길을 걷겠다는 꿈도 품었다.
"막상 한국 사회에 정착하려니 언어장벽이 큰 걸림돌이었어요. 제가 할 줄 아는 한국어는 1부터 10까지 숫자가 전부였거든요.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스터디를 하고 이화여대 어학당도 다녔어요. 연기도 꾸준히 연습했죠. 그러던 중 드라마 제중원 오디션을 봤고, 외국 선교사 역할로 최종 합격하게 됐어요."
한국에서의 연기자 길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대본에 적힌 모르는 단어들을 외우는 것 외에도 한국 정서에 맞는 감정 표현을 터득해야 했다. 파비앙은 석 달간 거의 날마다 밤을 새우며 대본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공부했다. "드라마가 끝난 뒤에는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경기도에 있는 극단에 찾아갔어요. 그곳에서 처음부터 다시 연기를 배웠어요. 배우들과 함께 생활하며 한국어와 연기 실력을 키웠어요. 덕분에 이후에 여러 편의 드라마와 연극 작품에 출연할 수 있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