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가의 저작권 침해 사례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강화된 요즘에도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한국복제전송저작권협회가 밝힌 바에 따르면 저작권 침해 관련 고소 사건은 2011년만 해도 83건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46건으로 76%나 늘었다.
한국저작권단체협의회는 지난 2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전국 7개 권역 대학가 2000여개 인쇄소를 단속해 총 7854점의 불법 복제물을 적발했다. 인쇄소를 통하지 않더라도 대학 내에서 이뤄지는 불법 복제는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편이다. 동영상이나 음악을 재생하거나 사진·미술 작품 등을 복제하는 일은 흔하다.
수업 목적으로 사용되는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을 올바로 찾아주고, 동시에 수업에서 사용하는 저작물이 불법으로 간주받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월 26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수업목적 저작물 이용 보상금 기준’을 개정, 고시하면서 실제로 교육 기관 내에서 저작물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게 됐다.
‘수업목적 저작물 이용 보상금 기준’은 학교에서 수업을 목적으로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을 이용하는 경우에 저작권자의 사전허락 없이 일단 이용하게 하고, 나중에 보상금 지급을 의무화했다. 정부가 2007년 개정 저작권법에 명시하면서 도입됐지만 대학 등의 반발로 시행되지 못했다.
2012년 12월에는 서울대 등 5개 대학이 문체부를 상대로 서울행정법원에 이 기준에 대한 취소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법원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리면서 수업목적 저작물 이용 보상금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한양대 이형규 교수)가 꾸려지고 보상금 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됐다.
보상금 제도는 두 가지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종량 방식은 사용하는 저작물 양에 일일이 보상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어문 저작물은 A4 용지 1장 분량당 7.7원, 이미지는 1건당 7.7원, 음악은 1곡당 42원이다. 포괄 방식은 대학이 학생 1인당 기준 금액에 맞춰 연간 등록 학생 수에 맞게 보상금을 일괄 지급하는 것이다.
처음 제도가 도입됐을 때는 학생 1인당 기준 금액이 3132원이었다. 그러나 대학은 이에 반발했는데 이형규 한양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당시 취소 소송과 관련해 “평생교육기관만 해도 전국에 4000개가 넘고, 사법연수원이나 공무원연수원도 있는데 대학에만 보상금을 지급하라는 것은 옳지 않다”며 “학생 1인당 3132원은 1년에 A4 용지 407장 분량의 자료를 사용한다는 계산에서 나왔는데, 지나치게 높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주장을 감안해 행정법원의 판결이 있고 나서 정부는 보상금을 인하했다. 문체부 저작권산업과 김진엽 사무관은 주간조선에 “2013년의 학생 1인당 기준액은 일반대학은 1300원, 전문대학은 1200원”이라면서 “2014년 이후에는 한국복제전송저작권협회와 대학협의체가 공동으로 실태 조사를 해 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전히 논란은 진행 중이다. 대학과 학계에서 지적하는 문제 중 하나는 보상금의 분배에 관련된 것이다. 김경숙 상명대 교수(지적재산권학)는 “특정 단체(한국복제전송저작권협회)를 통한 보상금 징수와 분배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에서 쓰이는 대표적 저작물인 어문 저작물의 저자는 대학교수일 때가 많다.
대학교육협의회는 2012년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대학교수 6만6000명 중 5만6000명에게서 ‘수업자료 무료 사용 동의서’를 받았다. 김 교수는 “저작권자가 무료 이용을 허용하는데, 단체를 통해 보상금을 내야 한다는 것은 단순하고 일괄적인 방식”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