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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특집] '무얼 해줄까…' 한시도 떨어지지 않는 눈길·손길 오늘도 아이들은 선생님을 통해 행복을 봅니다

2014/05/15 09:35:00

점심 시간은 수업 시간보다 더 정신없다. 태건이는 도움 없이 식사를 하지 못한다. 이날 메뉴는 비빔밥. 김 교사는 가위로 비빔밥 재료를 잘게 잘라 곱게 만든 뒤 한 숟가락씩 천천히 떠먹였다. 행여 체할까 가슴을 톡톡 두드려주기도 했다. 선생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태건이는 입에 밥을 넣고 좀처럼 씹으려 하지 않았다. 태건이가 어느 정도 밥을 먹은 뒤에야 선생님도 식사를 시작했다. '아이들이 일등, 선생님은 꼴등.' 그의 오랜 교육 철학이다.

김 교사는 34년을 특수교육에 몸담았다.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성당에서 운영하는 봉사단체에 들어갔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시각장애인들이 다니는 충주성모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했는데 책도 읽어주고 편지도 대신 써주면서 스스럼없이 어울렸어요." 그는 1980년 성모학교 교장의 권유로 특수학교 교사로서 첫발을 내딛는다.

지난해 시각장애인으로서 처음으로 서울대 박사학위를 받은 김정호(42)씨도 그의 제자다. 김씨는 문서를 음성으로 변환시키는 '스크린 리더' 프로그램을 개발한 인물로 이 프로그램 덕에 시각장애인 최초 판사인 최영씨가 사법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다.

"얼마 전 우연히 정호를 만났는데 제 목소리를 듣더니 반가워하면서 '선생님이 예전에 신문도 참 많이 읽어주고 동화책도 많이 읽어주셨다'고 하더라고요. 돌이켜보면 정말 목이 아플 정도로 책이며 신문이며 읽어준 것 같아요. 점자책도 많지 않던 시절이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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