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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Law!] (9) 좌측통행이 아니라 우측통행!

2014/04/30 16:05:52

그런데 언젠가부터 친구들이 이렇게 멋진 나만 보면 슬슬 피하고, 말을 걸어도 대답도 하지를 않는 거야. 말을 더듬는 달팽이 '더듬이'에게 왜 나를 피하느냐고 물어봤지.

"까, 까… (1분 지남) 부, 불아. (2분 지남) 왜 너, 너를 (3분 지남) 프, 퓌, 피하냐 하, 하면… (5분 지남)."

더듬이는 말 한마디를 하는데 무려 5분이 넘게 걸리지 뭐야?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나서 내 꼬리로 더듬이를 밀어 넘어뜨려 버렸지. 그러자 뒤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던 모범생 달팽이 '범생이'가 갑자기 화를 내더군.

"까불아, 네가 하는 행동들을 봐. 네 행동 때문에 우리가 모두 불편해하고 있잖아!"

범생이는 더듬이를 일으켜주며 이렇게 소리쳤어. 너무 쌀쌀맞게 이야기해서 더 물어보지는 못했지만, 나는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어. 다들 재빠른 내가 부러워서 그러는 거 아닐까?

# '범생이'의 이야기

난 달팽이 학교에 다니는 '범생이'라고 해. 원래 이름이 따로 있지만 친구들은 모범생인 나를 이렇게 불러. 그런데 나도 범생이라는 내 별명이 꽤 마음에 들어. 학교에서 지켜야 할 규칙을 잘 지키면서 모범적으로 생활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말이야.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달팽이 친구들이 학교 규칙을 잘 지켜서 우리 학교는 질서 있는 학교로 아주 유명해.

그런데 딱 한 녀석이 마치 자기가 왕이라도 되는 듯이 학교에서 마음대로 행동을 하고 다녀서 문제야. 얼마나 까불거리면서 다니는지, 이름도 '까불이'야. 까불이는 자기가 우리 학교에서 가장 빠르다고 착각하는 것 같아. 글쎄 얼마 전엔 100m 달리기 시합에서 다른 선수들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고 혼자 결승선을 통과하더니 자기가 달팽이 학교에서 가장 빠른 달팽이라고 자랑을 하고 다니는 게 아니겠어? 정정당당히 겨뤄야 하는 달리기 시합에서 반칙을 하고도 저렇게 자랑을 하는 까불이가 얄미웠지만 우리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어.

그런데 그런 행동이 점점 심해지더라고. '복도에서 천천히, 우측통행하기'라는 규칙을 무시하고 요리조리 뛰어다니질 않나, 화장실과 식당에서 새치기를 하지 않나…. 사실 우리도 까불이만큼, 아니 까불이 이상으로 뛸 수 있어. 모두의 안전을 위해 다들 천천히 걷는 건데 까불이는 그것도 모르고 혼자서만 저렇게 뛰어다니고 있으니 정말 못 말린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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