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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인터뷰] 복화술사 안재우

2014/04/03 16:25:34

지난 2일 보림인형극장(경기도 파주)에서 열린 '안재우 복화술 쇼' 현장. '메롱'이의 웃음소리에 어린이 관객들이 깔깔대며 따라 웃는다. "인형이 말을 한다"며 신기해하던 것도 잠시, 어느덧 아이들은 메롱이를 살아있는 친구처럼 느낀다. 세계적인 복화술사 안재우(47) 씨의 마법에 완전히 빠져든 순간이다.

안씨는 목소리로 사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인형을 잡으면 인형이 말하는 것처럼 보이고, 핸드폰에 소리를 주면 핸드폰 안에서 소리가 나는 것처럼 들린다. 바로 옆에서, 혹은 저 멀리서 누군가 말하는 것처럼 소리를 지어낼 수도 있다.

"흔히 '복화술'을 입술을 움직이지 않고 말하는 기술이라고 생각하는데 올바른 정의가 아니에요. 오히려 입술을 '잘 움직여야' 하지요. 입술을 움직이지 않고 말하는 건 복화술의 다양한 기술 중 하나일 뿐입니다. 초보적인 기술이지요. 소리의 멀고 가까움을 조절해서 내가 원하는 장소, 사물에서 소리가 들리도록 하는 건 좀 더 어려운 기술에 속합니다."

그가 처음 복화술을 접한 건 1992년 무렵이다. 길을 가다 전봇대에 붙어 팔락대는 전단지를 보게 된 게 인생을 바꿔놨다. 거기엔 동화구연과 복화술을 가르쳐준다고 적혀 있었다. '복화술'이라는 작은 글자가 눈에 확 들어왔다. '대체 뭐지?' 하는 궁금증과 함께 이끌리듯 강의 장소를 찾았다. 안씨는 "10초 만에 복화술에 빠져버렸다"며 웃었다.

강의를 하던 동화구연가에게 복화술의 기초를 조금 배웠지만, 이후에는 전부 독학으로 익혀야 했다. "우리나라에는 전문 복화술사가 없었어요. 종주국인 미국에서 책을 구입해 한글 번역을 맡긴 뒤 혼자 복화술을 공부했어요. 꼬박 10년이 걸렸죠. 힘든 줄도 몰랐어요. 하나하나 알아가는 게 기쁘고 즐거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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