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THE 인터뷰] 양팔은 없어도 무언가 할 수 있는 아빠 되고 싶어서…"붓과 함께 반평생, 온몸으로 그린 희망이라오"

2014/03/30 17:39:50

석 화백은 개인전 36회, 그룹전 240여 회 등을 연 베테랑 화가다. 지금껏 작업한 작품만 수천 개에 달한다. 하지만 불과 30년 전에만 해도 그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었다. 명지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석 화백은 전기를 다루는 직업을 천직으로 여기고 한 중소업체에서 전기기사로 일했다. 그러다 84년 뜻하지 않은 감전사고로 두손과 팔을 한순간에 잃었다. "2만2900볼트의 고압 전류에 감전됐어요. 1년 반 동안 수술만 십여 차례 받았죠. 보통은 죽거나 팔, 다리 모두 잃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다행히 팔과 발가락 두 개만 절단했어요."

'그림'의 '그'자도 모르던 석 화백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때부터다. 두 팔대신 의수를 달고 집으로 돌아온 어느 날, 당시 네살이던 아들이 새 그림을 들고 와 그려달라고 졸라댄 것이다. 의수의 갈고리에 볼펜을 낀 석 화백은 비지땀을 흘리며 꼬박 하루를 매달려 참새 한 마리를 그려줬다. "양팔이 없어서 아무것도 못하는 아빠보다는 양팔이 없어도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아빠가 되고 싶었어요. 제 그림을 보고 아들이 환하게 웃더라고요. 아이가 즐거워하니까 더욱 그림에 매달렸죠. 그런데 그림을 그리면 그릴수록 너무 재밌더라고요. 흠뻑 빠져버렸죠."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