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마케팅학과를 선택한 건 컬링을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서였어요.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선 컬링이 비인기 종목이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멀리서 인터뷰 오신 것을 보니 벌써 꽤 알려진 것 같네요(웃음). 뿌듯해요."(김지현)
"호호. 맞아요. 예전에 컬링 한다고 하면 '그게 뭐야?'라고 되물으시는 분들이 정말 많았어요. 하지만 요즘 많은 분들이 알아 주시더라고요."(구영은)
이번 주니어 세계선수권은 이들에겐 물론, 한국 컬링사(史)에 큰 의미를 지닌다. 주니어 세계선수권 자력 출전에 사상 최초로 은빛 승전보까지 전했기 때문이다. 주니어팀의 종전 최고 성적은 남자 대표팀이 지난 2004년 대회에서 거둔 4위다.
김지현은 "마지막이란 생각에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주니어 세계선수권은 21세 이하만 나갈 수 있어요. 이번이 언니들과 함께 뛸 수 있는 마지막 주니어 대회인 셈이죠. 그동안 아시아태평양선수권에서 2·3위에 그쳐 번번이 세계선수권 진출권을 놓쳤어요. 지난 1월 우승을 하면서 드디어 기회를 잡았죠."
컬링의 발상지인 스코틀랜드 전지훈련 등으로 다진 탄탄한 실력은 대회 때 빛을 발했다. 예선 전적은 7승2패. 1위로 예선을 마무리했다. 구영은은 "예선에서 작년에 우승한 러시아팀을 이겼는데, 우리도 놀랐지만 그 팀이 더 놀라더라"며 웃었다.
하지만 결승 직행 티켓을 놓고 만난 '세계 최강' 캐나다는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분투 끝에 6대7로 아깝게 졌다. 이후 준결승에서 스웨덴을 7대4로 이겨 이미 결승에 안착한 캐나다와 또 한 번 맞붙었다. 6엔드까지 3대2로 접전을 펼치다 4대6으로 패했다.
김지현은 "캐나다 경기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했다. "제 차례 때 (전략상) 상대 스톤을 쳐야 하는데 우리 팀 스톤을 친 거예요. 그 샷이 정확했다면 경기 결과가 바뀌지 않았을까요…. 상대팀의 안정적인 샷 능력, 심리적으로 흔들리지 않은 강인함을 본받고 싶어요."
대표팀이 지금의 멤버로 꾸려진 건 지난 2012년 4월. 김경애와 김선영은 함께 경북 대표 주니어팀에서 활동하던 선배들이 나이 제한으로 빠지자 김경석(49세) 주니어 대표팀 코치와 함께 팀 동료를 물색했다. 물망에 오른 건 같은 의성여중, 의성여고 컬링부에서 활약한 동료와 후배 세 명. 바로 오은진, 구영은, 김지현이다.
당시 오은진은 엘리트 선수를 그만두고 가톨릭상지대 유아교육과에 다니고 있었다. 컬링은 주말마다 취미 삼아 하고 있던 그는 대표팀 합류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현재 영덕의 한 유치원 교사로 재직 중인 오은진은 전화 통화에서 "컬링은 삶의 원동력이자 에너지다. 컬링을 하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했다.
이 팀의 가장 큰 장점은 끈끈한 팀워크. 같은 여중·고교 컬링부에서 함께 활동한 덕분에 짧은 시간 연습해도 손발이 척척 맞는다. 2012년부터 국내 주니어 대표 선발전에서 줄곧 1위를 할 수 있었던 이유다. 김경석 코치는 "열정과 패기도 뛰어나다. 노련한 경기 운영을 하며, 승부사 기질이 있다"고 했다.
현 주니어 대표팀은 지난달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3승6패로 8위에 오르며 선전한 성인 대표팀에 필적할 만한 실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1장뿐인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두 선수는 "약 4년 남았으니 한번 해볼 만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고의 멤버가 모인 팀이라고 생각해요. 주장답게 카리스마 있는 경애 언니, 엄마처럼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선영 언니, 경기가 안 풀릴 때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해주는 은진 언니…. 경기 전에 저희가 항상 하는 구호가 있어요. '굿 컬(Good Curl)!' 평창 올림픽에서 '굿 컬'을 해서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드라마틱한 스포츠 컬링, 길고 짧은 건 대봐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