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용이가 유일하게 웃을 때는 동물 이야기를 할 때였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이야기를 들려주던 수업시간, 현용이는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사막여우 이야기에 눈을 빛냈다.
"현용이가 말하더군요. 어린왕자처럼 사막에 가고 싶다고. 거기서 사막여우도 만나고 낙타도 만나서 같이 뛰어놀고 싶다고요. 마음이 아팠지요."
그러던 어느 날 조 선생님은 사하라 사막에서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선생님은 현용이에게 약속했다. "선생님이 현용이 대신 사하라 사막에 가서 마라톤을 완주하고 올게. 대신 다시 열심히 재활치료 받자. 그리고 앞으로 남은 수술들도 잘 견뎌내는 거야."
제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조 선생님은 지난달 16일부터 6박 7일간 사하라 사막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 10㎏에 달하는 배낭을 메고 250㎞를 완주해야 하는 일정. 마라톤 선수도 중간에 포기할 정도로 어려운 코스였다. 아마추어인 조 선생님에겐 불가능해 보이는 도전이었다.
"그만두고 싶을 때마다 현용이의 얼굴을 떠올렸어요. 온갖 상비약을 챙겨주신 현용이 어머님도 생각났어요. 제가 완주하고 돌아오면 현용이도 치료 잘 받아서 기적처럼 걷게 될 것 같다며 응원해주셨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