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낙오자들’ 모아 3년 만에 전국대회 우승한 원동중학교 야구부의 비밀

2014/03/05 14:02:48

◇ 방출된 투수, 에이스로 성장

현재 주전 투수로 활약하고 있는 이채호(16)군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야구를 시작했다. 경남 김해에서 리틀야구를 시작해 2년 동안 투수로 활동했다. 2년간의 경력을 인정받은 그는 다른 유망 선수들과 함께 야구 명문 부산 개성중학교 야구부에 입단했다. 하지만 입단 후부터 문제가 생겼다. 그는 다른 투수들에 비해 체격이 작았다. 개성중은 덩치가 큰 선수들 위주로 훈련을 실시했다. 갈수록 이군이 끼어들 여지가 줄어들었다. 등판할 기회가 없으니 실력도 제자리를 맴돌았다.

그는 덩치 큰 동료 선수들이 시합에 나가 선전하는 장면을 벤치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중학교 1학년을 보냈다. 학기가 끝나갈 무렵, 감독은 이군에게 원동중학교를 소개시켜 줬다. 사실상 방출 통보였다. 야구를 포기하고 학교에 남아 공부를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군은 야구를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그는 감독에게 망설임 없이 원동중학교로 전학을 가겠다고 말했다.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해 겨울, 이군은 원동중학교 야구부에서 다시 야구를 시작했다.

2루수인 김지훈(16)군처럼 일반 중학교에서 공부만 하다 야구를 하기 위해 전학을 온 학생도 있다. 김군은 어려서부터 부산에 살며 프로야구 경기를 자주 봤다. 자꾸 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야구에 흥미가 생겼다. 초등학교 시절, 부모님께 리틀야구단에 들어가고 싶다고 했지만 어머니의 반대로 리틀야구는 하지 못했다. 결국 다른 또래들처럼 일반 중학교로 진학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야구에 대한 미련을 접을 수 없었다. 이미 입학해 학교를 다니고 있었지만 전학을 가서라도 야구를 하고 싶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김군의 설득에 부모님도 허락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김군은 그동안 공 한 번 제대로 던져 본 적이 없었다. 그나마 알아본 학교에서도 이미 모집이 마감됐다는 답변만 들었다. 뒤늦게 얻은 기회를 포기할 순 없었다. 부모님도 인근 지역 중학교를 샅샅이 수소문했다. 다행히 원동중은 김군의 ‘야구부’ 입단을 수락했다. 김군은 “원동중학교가 아니었으면 야구를 시작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며 “처음에는 사인도 몰라서 헤맸었다. 요즘 들어오는 친구들도 처음 야구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예전 나를 보는 것 같다. 그래서 더 정이 간다”고 말했다.

전학을 온 지 석 달밖에 되지 않은 야구부 막내 김재민(14)군도 일반 중학교에서 전학을 왔다. 중학교 1학년 과정을 거의 끝낸 작년 10월이 돼서야 중학교 야구단을 알아봤다. 야구를 하기 위해 용기를 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프로야구 경기를 보면서 항상 야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죠. 초등학교 때 한 번 야구를 하고 싶다고 부모님께 말씀을 드린 적이 있었는데, 그때 크게 반대를 하셨어요. 아마 내가 외동아들이라 다른 친구들처럼 공부를 안 하고 야구를 하는 것을 반대하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부모님께 얘기하기까지 오랫동안 고민했어요. 중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야구를 하고 싶다고 얘기했는데 의외로 쉽게 승낙해 주셨어요. 같은 반 친구들도 내가 야구를 하러 전학을 간다고 하니까 깜짝 놀랐었죠.”

경력도 없이 2학년을 앞둔 그를 ‘야구 선수’로 받아 주는 학교는 없었다. 입단을 허락한 학교에서도 유급(留級)을 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마지막으로 알아본 원동중만 유급을 하지 않고도 야구부에 입단할 수 있다는 대답을 했다. 결국 부모님과 상의 끝에 김군은 유급을 하지 않아도 야구부에 입단할 수 있는 원동중학교로 전학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원동중학교 야구부에 입단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