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무 부스러기가 품은 역사
박 교수는 '나무 문화재' 연구 분야의 최고 권위자다. 나무와 인연을 맺은 건 대학에서 임학을 전공하면서부터다. "임학은 나무와 숲을 연구하는 학문이에요. 1950년대 우리나라 산은 '벌거숭이 산'이었어요. '저 산을 한번 푸르게 만들어보라'는 고3 때 담임 선생님의 말씀에 임학과 진학을 결심했어요."
그는 1963년 서울대를 졸업한 뒤 일본 교토대 대학원에서 '목재조직학'을 공부했다. "의학에 인체해부학이 있다면 임학에는 목재조직학이 있어요. 쉽게 설명하면 나무 세포를 들여다보고 연구하는 학문이죠."
전자 현미경으로 나무 속만 들여다보던 그가 '문화재'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그 즈음이었다. "살펴보니 우리나라에 목조 문화재가 참 많았어요. 목재조직학이라는 전공을 문화재와 접목시켜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한 뒤 그는 본격적으로 나무에 숨겨진 역사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는 1000여 종의 나무가 있어요. 종류에 따라 세포 모양과 배열이 다르지요. 문화재와 유물의 조각을 분석해 나무의 종류를 밝혀냈어요."
박 교수는 "가로세로 1㎜의 부스러기만 있어도 종류를 알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얻은 결과는 고고학적으로 중요한 자료가 된다. 나무가 자라는 곳을 알면 해당 유물이 어디서 만들어졌는지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