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고를 받고 출동할 때마다 '오늘도 귀한 생명을 꼭 살려내자'고 속으로 되뇝니다. 환자가 의식이 있거나 호흡하고 있길 간절히 바라지요. 의식이나 호흡이 없다는 건 위급한 상황이라는 걸 말해주니까요. 심폐소생술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환자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응급조치에요. 그만큼 온 힘을 다합니다. 멈췄던 환자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하면 그제야 한숨을 돌리죠. 심폐소생술을 했는데도 끝내 살려내지 못했을 때는 가슴이 무척 아픕니다."
그녀는 지난 2000년 응급구조사로 소방관이 됐다. 올해로 14년째다. 학창시절부터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을 돕는 일을 하고 싶었고, 대학 전공을 응급구조과로 정했다. 원 소방장은 "소방관이야말로 사람들이 가장 도움이 필요할 때 손을 내밀 수 있는 직업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구조 현장의 상황은 매번 달라진다. 예상보다 심각할 수도, 그 반대일 때도 있다. 항상 긴장을 놓지 못하는 이유다. 원 소방장은 인터뷰하면서도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출동 상황에 대비하고 있었다.
"출동을 나갈 땐 미리 사고 상황을 예측해요. 그래야 현장에 도착했을 때 빠르고 정확하게 대처할 수 있거든요. 이럴 때 여성 특유의 섬세함이 빛을 발해요. 가볍게 흘려 넘길 수 있는 정보 하나도 허투루 생각하지 않죠. 환자를 살릴 단서가 되니까요. 주변에서 '피 흘리는 환자를 대하는 게 어렵지 않으냐'는 질문을 자주 받아요. 하지만 출동 나가면 머릿속에는 온통 환자에 대한 생각뿐이에요. 피를 보는 것보다 환자를 잃는 게 더 두렵거든요."
여성 소방관으로 일하면서 힘든 순간이 없는 건 아니다. 24시간 근무나 야간 근무를 하다가 힘에 부칠 때,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쌍둥이 딸에게 신경을 많이 못 써줄 때, 늘 긴장하면서 생활해야 할 때가 그렇다. 하지만 구조한 환자가 건강하게 퇴원한다는 소식을 전해올 때 '내가 한 사람을 살렸구나' 보람을 느낀다. 특히 쌍둥이 딸이 "소방관인 엄마가 자랑스럽다"고 엄지를 치켜세울 때 힘이 절로 난다. 원 소방장은 "응급구조사는 남을 돕고 싶은 마음이 큰 어린이, 급박한 상황에도 담대할 수 있는 어린이라면 한번 도전해볼 만한 직업"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도움이 필요한 환자가 있다면, 먼저 의식이 있는지를 살피고 119나 1339에 신고해주세요. 환자가 있는 위치를 모를 때는 주변 건물 간판에 쓰인 전화번호를 알려주세요. 가장 정확하게 환자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거든요. 그리고선 침착하게 구급대원의 안내에 따라주세요. 평소 심폐소생술 방법을 익혀두는 것도 좋아요. 동영상이나 사진을 참고하면 쉽게 배울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