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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일간 美 박물관 탐방하며 문화적 감수성 키워"

2014/01/26 16:30:31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를 따라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영어를 제대로 배우지 않았던 탓에 미국에서의 생활은 힘들기만 했다. 1년 후 어느 정도 적응기간이 끝나자 미국생활을 잘해보자는 욕심이 생겼고, 미국 박물관 탐방이라는 계획으로 구체화했다.

"캘리포니아 팰로앨토 지역에 살았는데, 학교에서 소풍을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옆 작은 배 한 척으로 갔습니다. 놀이동산을 가는 한국과 달라 처음에는 의아했죠. 바클루타라는 범선이었는데, 그 배에서 뭘 할 수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 보니 단순한 배가 아니라 그곳의 선박 역사를 담은 박물관이었어요. 그곳에서 선장 체험도 하고, 배 물건을 보면서 미국 서부를 대표하는 무역항인 샌프란시스코를 이해할 수 있었죠. 그때 박물관이 해당 국가 또는 지역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부모님 모두 그의 계획을 응원했다. 단,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여행 일정과 동선을 직접 세우라는 것. 미국에는 11만5000여 곳의 박물관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가 만만치 않은 숙제였다. 그로부터 1년간 틈틈이 미국의 박물관을 공부하며 '가보고 싶은 박물관 목록'을 작성했고, 중 1 여름방학 때 가족이 다 함께 실천으로 옮겼다. 여행은 팰로앨토를 출발해 콜로라도, 캔자스를 거쳐 시카고와 뉴욕, 라스베이거스를 지나 다시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오는 총 1만4000㎞에 달하는 대장정이었다.

"미국을 대표하는 스미스소니언박물관, 모마(MOMA), 나사(NASA) 등도 물론 계획에 포함했지만, 작더라도 개성 넘치는 곳 위주로 견학했어요. 미국인들의 삶을 더 가까이에서 보여주는 박물관들을 보고 싶었거든요. 책이나 미디어로 접하는 이미지가 아닌 현실에 발 딛고 살아가는 구체적인 사람들의 민낯과 삶의 현장을 마주할 수 있었죠. 그런 과정을 통해 다른 사회,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방법을 조금씩 깨달았던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로는 세인트루이스 지역에 있는 '그리오 흑인역사·문화박물관'을 꼽았다. 미국 역사의 중요한 일부지만 아무도 기록해주지도 가르쳐주지도 않는 흑인의 역사를 흑인 스스로라도 기록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로이스 콘리라는 설립자가 세운 박물관으로 백인들이 기록하지 않은 역사가 담긴 곳이다. 박군은 "미국의 다른 이면을 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둘러보는 내내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겼다"고 강조했다.

◇역사 이해하는 시간 '박물관 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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