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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세 기부하는 동화작가지난해는 그의 작가 인생에서 꽤 의미 있는 해로 기억된다. '목 짧은 기린 지피'를 비롯해 작품 네 편이 한꺼번에 공연 무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대표작인 '가방 들어주는 아이'는 음악극으로, 학교 폭력에 관한 성장소설 '까칠한 재석이가 사라졌다'는 연극으로, 시각장애 아동과 안내견의 이야기를 그린 '안내견 탄실이'는 가족 뮤지컬로 재탄생했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편견은 오랜 시간 생활하면서 굳어집니다. 어릴 때부터 인식을 바꾸는 게 중요해요. 책으로 접하는 것도 좋지만 연극, 뮤지컬 등으로 다양하게 접하면 더 좋지요."
고정욱 작가는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앓은 뒤 1급 지체장애인이 됐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의사'의 꿈도 접어야 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국문과에 입학했지만 곧 문학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199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로 등단했다.
"동화를 쓰기 시작한 건 1999년부터였어요. 뇌성마비 장애아가 주인공인 '아주 특별한 우리형'이라는 작품을 썼는데 반응이 좋았죠." 이후 발표하는 작품마다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며 '장애 동화'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100만부가 팔린 '가방 들어주는 아이'(2002년)는 작가의 실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석우가 다리가 불편한 영택이와 같은 반이 되고 등하굣길 영택이의 가방을 들어주면서 벌어지는 우정을 그린 책이다. "석우는 고등학교 때 친구 이름이에요. 문석우. 실명을 그대로 썼어요. 1학년 때 1년 동안 내 가방을 들어줬어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안 빼고요. 덕분에 개근했지요."
2003년부터 그는 인세 기부를 시작했다. "첫 번째는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희아의 일기'라는 작품이었어요. 인세의 일부를 희아 몫으로 내놨죠. 좋은 일을 해서 그런지 책이 잘 팔렸어요." 지금까지 그가 펴낸 책은 218권. 총 판매 부수는 350만부를 넘어섰다. 인세를 기부한 책만 25권이 넘는다. 누적 기부액은 2억 5000만원.
그는 "인세 기부를 일부러 더 알린다"고 말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첫째, 장애인도 남을 돕는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둘째, 다른 사람들의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 1년에 1000만원 이상은 꼭 기부하려고 노력하는데 작년에는 750만원밖에 기부하지 못해 반성 중입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