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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김난도·조국·나경원과 서울법대 동기인 이 사람이 찾아간 곳은..

2013/12/12 10:55:02

‘공부천재’ 온달이의 힘은 여기에서 비롯됐다. 학원 한 번, 과외 한 번 받지 않은 그가 인천과학고에서 전교 1~2등을 놓치지 않고 서울대학교에서도 평점 4.1이라는 우수한 학점을 받을 수 있는 기본기는 강화도 서당에서 다져졌다. 사랑채 마을 도서관에서 놀듯 독서를 했고, 마리서당에 동네아이들과 모여 놀듯 한문과 글쓰기를 배웠다. 또 하나, 아버지 이씨의 ‘일상 속 수업’이 큰 기반이 됐다. “아버지와 신문 보면서 경제 이야기, 수학 이야기, 일반 상식 이야기를 많이 했다. 평소에 궁금한 걸 아빠한테 여쭤 보면 친구와 대화하듯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농어촌특별전형을 통해 서울대 수시모집에 합격한 온달은 ‘뒤처지지 않을까?’ 걱정이 컸다. 그는 인천과학고에서도, 서울대에서도 튀는 존재였다. 강화도 출신에 사교육 한 번 받지 않은 그를 친구들은 신기한 듯 봤다. 그러나 우려를 뒤집고 4년 전액 국가장학금 외에도 성적우수장학금을 별도로 받고 있다. 비결이 뭘까? 답변은 간단했다. “인천과학고에서 선행학습을 안 한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다른 아이들은 선행학습을 하고 와서 설렁설렁했지만 나는 처음 배우는 것들이라 진짜 열심히 파고들었다.”

이광구씨의 자녀교육 화두는 ‘행복’과 ‘공동체 생활’이다. 나리와 보리의 말대로 그는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공부는 하다하다 할 게 없으면 그때 하는 것”이라는 말은 수없이 했다. 공부가 필요없다는 말이나 대학교육이 불필요하다는 말은 아니다. 그는 “공부란 꼭 필요한 공부를, 필요한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철학을 가졌다. 그는 아이들한테 ‘바바빠’로 불린다. ‘바보아빠’의 준말이다. 그림책에 나온 말인데, 친구 같은 아빠를 지칭하는 별명이 돼 버렸다. 셋째 보리는 “아빠는 썰렁개그의 달인이에요. 궁금한 걸 물어보면 개그를 섞어서 설명해 주시거든요. 제 친구들도 아빠를 ‘광구 형님’으로 불러요”라며 웃었다.

◇ 세 아이 이름 나리-온달-보리에 담긴 뜻은..

아빠 이씨가 줄기차게 해온 교육이 있다. ‘선택의 힘’을 길러주는 교육이다. “삶은 선택의 순간순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갈림길에서 무엇을 선택할지에 따라 인생의 방향이 달라진다. 그 중요한 순간을 부모가 대신해 주는 것은 옳지 않다. 부모는 아이가 스스로의 힘으로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나의 선택을 했을 때 얻는 것과 잃는 것을 혼자 힘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힘을 길러줘야 한다. 그래야 자기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 수 있다.”

그는 지난해까지 금융컨설턴트로 일했다. 숱한 고객의 재무상담을 해주면서 ‘몸만 어른’인 성인을 많이 만났다고 한다. “어른이 된 후에도 스스로 선택을 못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그런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강화도 삼남매는 다르다. 일찌감치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며,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가’에 대한 줏대가 분명하다. 이를 기반으로 자신의 진로를 택했다. 첫째 나리와 셋째 보리가 대학을 안 간 것은 적극적인 선택이었다.

“어른들 눈에는 내가 좀 특이해 보이나 보다. 대학도 안 가고 돈 안 되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엄마, 아빠, 그리고 주위 분들의 삶을 보면서 대학에 가지 않아도, 돈을 많이 벌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강화도에서 정말 많은 것을 얻었다. 친구, 추억, 갯벌 체험…. 받은 것만큼 돌려주고 싶다. 강화도에서 마을부흥운동을 해보고 싶다.”(나리)

“삶의 목적은 행복 아닐까? 현재가 행복해야 삶 전체가 행복한 거다. 일반학교 친구 중에는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아이들이 많다. 그건 기성세대가 집어넣은 생각이다. 나에겐 현재의 행복도 중요하다. 내 인생의 10대는 한 번뿐이니까.”(보리)

아빠 이씨의 ‘공동체 생활’ 강조 교육은 엄격하다. 그는 공부보다 ‘살림의 지혜’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자기 힘으로 성실하게 일하면서 사는 삶’인데 ‘살림의 지혜’가 없으면 민폐를 끼친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설거지하기, 빨래 개기, 청소하기, 변기 닦기, 세면대나 배수구에 낀 머리카락 치우기 등의 생활교육을 확실하게 시켰다. 한번은 보리가 빨려고 대야에 담가둔 운동화가 2주째 그대로 있는 것을 보고 밖으로 던져버렸다고 한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공부보다 일상생활을 잘하길 바란다. 대학이야 웬만큼 공부하면 어디든 갈 수 있고, 최저임금을 받아도 먹고사는 데는 지장이 없다. 능력이 부족하고 여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경쟁해 앞서가려 하는 것보다 자신의 처지에서 잘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 그게 행복한 삶을 사는 길이다.”

세 아이의 이름에 아빠의 교육철학이 담겨 있다. ‘나리’는 등산길에 핀 나리꽃을 보고 지었고, ‘온달’은 능력은 있지만 사심 없는 온달 장군에서 따왔다. ‘보리’는 ‘푸른 보리’라는 회지에서 지은 이름으로 강인한 생명력과 희망을 머금은 이름이다.


◇ 아버지 이광구씨의 TIP

감정을 자제하고 객관적으로 아이를 봐라

--무조건 일찍 적성을 파악하려 하지 마세요
남들보다 무조건 빨리 내 아이의 적성을 파악해 그 분야에 집중 투자해서 경쟁력을 기르겠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김연아 선수의 경우는 희귀하고 드문 사례다. 적성검사를 맹목적으로 믿지 마라. 부모의 1차 관찰이 가장 중요하고 적성검사를 참고 자료로 활용하라. 부모와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아이의 적성과 능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의 적성과 능력을 있는 그대로 봐 주세요
부모들은 내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보기 힘들다. 부모가 자기 자식 공부 가르치기가 가장 어렵다는 말은 괜한 말이 아니다. 감정이 개입되면 객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자녀를 잘 키우려면 감정을 자제하고 아이를 객관적으로 보는 훈련을 해야 한다. 처음부터 잘될 리 없고, 훈련을 한다고 갑자기 되는 것도 아니다. 인내심을 가지고 장기간 도 닦듯 해야 한다.

--아이는 나에게 찾아온 손님이에요
노자의 도덕경에는 ‘생지축지 생이불유(生之畜之 生以不有)’라는 구절이 나온다. 낳고 기르되 소유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내 배로 낳아 기른다고 해서 자식을 부모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면 안 된다. 부모가 다그칠수록 아이들은 부모의 뜻을 거스르게 마련이다.

--선택과 결단의 힘을 길러 주세요
삶의 순간순간은 선택과 포기의 연속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자기 일을 결정하도록 하되, 무조건 방임은 안 된다. 제안도 하고 개입도 하면서 시나리오별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라. 부모가 정해 놓은 선택의 길로 암암리에 유도하면 안 된다.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과 포기를 하도록 돕는 것, 부모의 역할은 딱 거기까지다.

--의지력을 지나치게 강요하지 마세요
의지력이 강하면 위기극복의 힘이 생긴다. 그러나 의지력도 과유불급. 의지력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성과보다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 전속력으로 달려온 사람에게 10미터만 더 뛰라고 의지력을 부추기면 무리하다가 쓰러질 수 있다. 성공과 질주를 강제하지 마라.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는 말은 틀렸다. 질주하지 않고도 하고 싶은 것을 재미있게 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부모의 임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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