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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 없는 학문이라 했지만 포기 않고 '발굴의 꿈' 이뤘죠"

2013/12/10 16:47:25

"지난 2006년부터 화성시의 지원을 받아 탐사단을 꾸리고 몽골에서 공룡 발굴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공룡 뼈 화석을 찾겠다고 달랑 지도 한 장 들고 드넓은 모래 사막을 헤맸지요. 그리고 2009년 데이노케이루스의 팔과 목, 몸통, 다리뼈 화석을 발견했습니다. 그간 데이노케이루스는 육식 공룡으로 알려졌습니다. 폴란드 과학자들이 발굴한 팔뼈에 날카로운 손이 달렸었거든요. 하지만 연구 결과 초식 공룡이라는 걸 밝혀냈고, 지난 11월 미국에서 열린 척추고생물학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한반도에서 최초로 발견된 뿔공룡 '코리아케라톱스 화성엔시스(이하 코리아케라톱스)'의 존재도 그의 손끝에서 밝혀졌다. 코리아케라톱스는 2008년 화성시 전곡항 방조제에서 발견됐다. 이융남 박사는 "우리나라에선 드물게 뼈의 형태가 잘 보존돼 있었다"고 했다.

"당시 몽골에서 공룡 발굴 작업을 하다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물고기 뼈처럼 보이는 게 발견됐다고요. 부랴부랴 한국에 들어와 살펴보니, 물고기가 아니라 공룡 뼈였습니다. 실험실로 옮겨가 연구를 진행했고, 세계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던 새로운 종류의 뿔공룡이란 걸 밝혀낼 수 있었지요. 그래서 이름에도 '코리아'가 붙은 겁니다."

이융남 박사는 대학교에 입학해 처음 공룡에 눈을 떴다. 화석을 전공했던 지도교수님을 따라 현장조사를 따라다니다가 한때 지구를 지배했던 공룡의 비밀이 궁금해졌다. 하지만 당시 과학도들 사이에서 공룡을 포함한 뼈를 가진 고생물을 연구하는 '척추고생물학'은 인기 없는 순수 학문이었다. 한반도에선 공룡 화석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척추고생물학을 공부하기 위해 유학을 떠난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대가 심했어요. '필요 없는 학문'이라고 이야기했지요. 하지만 우리나라 곳곳에서 공룡 발자국이 발견됐고, '이건 우리 땅 어딘가에 공룡이 묻혀 있는 증거'라고 생각했어요. 다만 지층이 노출되지 않아 공룡 화석이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었죠. '언젠가 우리나라에서 공룡 화석이 발견되면 내 손으로 연구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유학길에 올랐어요.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니 공룡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더라고요. 물론 순수 학문에 대한 홀대로 힘든 시기도 있었어요.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덕분에 꿈을 이룰 수 있었죠."

최근 그는 공룡학자가 꿈인 청소년들의 연락을 자주 받는다. 대부분 '어떻게 하면 공룡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될 수 있는지'를 묻는다. 그럴 때마다 그는 "오지나 사막 등 거친 환경에서도 발굴을 포기하지 않을 강단과 끈기, 공룡에 대한 해박한 지식 등을 갖출 자신이 있는지"를 되묻는다. 그래야 공룡학자로서 발굴의 희열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미국에서 유학할 시절 제 손으로 처음 '오리 주둥이 공룡' 화석을 발굴했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화석을 찾기 위해 송곳으로 모래를 조심스럽게 찔렀지요. 그러다 '딱' 하는 느낌이 손으로 전해졌고, 온몸에 전율이 느껴졌어요. 완벽한 형태의 오리 주둥이 공룡 머리뼈를 발견한 순간이었죠.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며 공룡 발굴에 나섭니다. 제 꿈은 공룡이 살았던 중생대를 연구해 복원하는 일이에요. 공룡의 진화사도 밝히고 싶고요. 내년에는 러시아로 공룡 탐사를 떠날까 합니다. 그곳에는 어떤 공룡이 기다리고 있을지 벌써 기대가 되는군요."

>> 우리나라에 살았던 공룡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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