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05 15:49:19
이곳에는 특히 스페인 왕족들의 초상화가 많습니다. 카메라가 발명되기 전 왕가에서는 왕과 그 가족들의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궁정화가를 두었지요. 디에고 벨라스케스(1599~1660년)는 스물 네살의 나이에 궁정화가로 부름을 받게 되었고, 펠리페 4세의 초상화를 최초로 의뢰받았어요. 이 그림을 성공적으로 완성하면서 그는 왕을 그릴 수 있는 유일한 화가가 됩니다.
미술관에서 가장 빛나는 작품 '시녀들'은 다섯 살배기 공주 마르가리타가 두 명의 시녀들과 난쟁이들의 시중을 받는 모습을 중심으로 여러 사람을 그린 그룹 초상화입니다. 그림 속에 붓을 들고 있는 벨라스케스를 보는 순간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서 본 '조반니 아르놀피니의 초상'을 그린 화가 얀 반 에이크가 생각났어요. 모두 그림을 그린 화가가 직접 작품 속에 참여한 재미난 작품이지요. 마르가리타 공주의 귀엽고 순진한 모습이 너무나 예뻐서 한참을 바라봤어요.
피카소는 이 작품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44번이나 모방작을 그렸다고 해요. 바르셀로나 피카소 미술관에서 피카소가 그린 '시녀들'도 볼 수 있었는데요. 피카소가 새롭게 재해석한 작품도 감상할 수 있어 큰 수확이었습니다. 또 마네는 '나는 나의 회화적 이상을 벨라스케스 안에서 발견했다'고 말했어요. 마네가 그린 '풀밭 위의 점심식사'에는 벨라스케스의 회화기법이 녹아있어요. 벨라스케스와 피카소, 그리고 마네의 그림을 서로 비교하며 감상하는 것도 무척 재밌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