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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에서 한 시간 숨 참는 비밀은?

2013/12/06 09:32:53

"고래는 무척 재밌는 동물입니다. 앞지느러미가 있는데, 사실은 앞발이에요. 사람 손가락과 비슷한 형태의 뼈가 들어 있거든요. 물속에서도 최대 1시간이나 숨을 참을 수 있어요. 같은 포유류인 사람은 최대 2분 30초 정도, 하마는 4분 정도 숨을 참을 수 있으니 놀랍지요? 고래의 지적 능력이나 초음파로 위치를 파악하는 능력도 과학자들 사이에서 관심의 대상입니다."

임형순 박사는 "고래의 해부학적 특성이나 생태에 대해서는 이처럼 많은 연구가 이뤄졌지만, 유전 정보에 대한 연구는 그동안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1년,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을 비롯한 국내외 24개 기관 55명의 연구진은 우리나라 근해에서 자주 발견되는 '밍크고래'를 대상으로 유전체 분석을 시작했다. 고래는 크게 수염고래와 이빨고래로 구별되는데, 밍크고래는 수염고래 중에서 개체 수가 가장 많은 종이다.

"밍크고래의 유전체를 해독해 논문으로 내기까지 1년 반이 걸렸어요. 10년 전 미국이 인간의 유전 정보를 분석한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완성해 발표했는데 그때는 13년이 걸렸거든요. 이제는 새로운 기술과 기기 덕분에 많은 정보량을 짧은 시간에 저렴하게 해독할 수 있게 됐어요."

연구진이 발표한 '밍크고래 유전체와 고래목의 수상생활 적응'이라는 논문은 지난달 25일 네이처 제네틱스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임형순 박사는 "국내 연구진이 주축이 되어 거대 동물의 유전체를 분석하고 논문으로 인정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밍크고래의 유전자가 총 2만605개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사람의 유전자 개수는 2만2543개, 개는 2만2402개, 돼지는 2만1251개다.

현존하는 생물 가운데 고래와 가장 가까운 생물이 '하마'라는 사실도 유전적으로 입증했다. “고래가 하마·소·돼지와 같은 우제류(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군)로부터 진화했다는 것은 전부터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번 연구에서 이들의 유전체를 비교한 결과, 서로 겹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는 걸 확인했어요. 유전적으로 무척 가깝다는 얘깁니다.”

고래의 긴 잠수 시간에 관한 궁금증도 풀렸다. 비밀은 ‘젖산’ 대사와 관련된 유전자들. 산소가 없는 상황에서 장시간 잠수하며 에너지를 만들다 보면 피로물질인 ‘젖산’이 몸에 축적된다. 그런데 고래에겐 젖산을 제거하도록 돕는 유전자 개수가 눈에 띄게 많았다. 밍크고래는 13분, 북극고래는 최대 61분까지 숨을 쉬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이유다.

“육지 동물이던 고래가 바다로 내려갔을 때 여러 가지 스트레스 상황이 있었을 거예요. 소금 농도도 높고, 산소도 부족했을 겁니다. 고래의 유전자를 살펴보면 다른 우제류에 비해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유전자가 많다는 걸 알 수 있어요. 해양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이렇게 진화한 것으로 보입니다.”

임형순 박사는 고래 유전체 연구가 인간을 위해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내다봤다. “북극고래는 200년까지 삽니다. 이를 통해 인간의 수명이나 장수와 관련된 연구를 할 수 있어요. 또 젖산 대사와 관련된 고래 유전자를 연구하면 뇌졸중·심장마비 등 저산소증과 관련된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연구는 이제부터 시작이에요. 고래 유전자에 관해 밝혀지지 않은 부분들을 계속 업데이트해 나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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