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시각, 다른 교실에선 요리 수업이 한창이었다. 이날 만들 요리는 '베이컨 주먹밥'. 본격적으로 요리를 만들기에 앞서 영양 교육이 진행됐다. 어린이들은 평소 즐겨 먹던 자장면·피자·햄버거의 칼로리가 생각보다 높다는 걸 알고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정규 수업이 끝난 시간이지만, 한국어·요리·농구·수영 등 방과후학교 수업에 참여하려는 어린이들로 학교 이곳저곳이 북적였다.
이태원초 방과후학교 수업은 인기 만점이다. 참여율은 90%를 넘고, 학생 대부분이 서너 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도 97%에 이른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최근 교육부에서 주최하는 '제5회 방과후학교대상'에서 대상을 받았다. 유재준 교장선생님은 "학교의 특성과 학생·학부모의 의견을 반영한 프로그램을 운영한 덕분"이라고 전했다.
이태원초 방과후학교가 특별한 건 다문화가정 학생을 위한 수업이 개설된 점이다. 한국어 수업이 바로 그것. 학생의 수준에 따라 5~6명이 그룹을 이뤄 수업을 진행한다. 만들기·노래·게임 등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접할 수 있다. 김상정 선생님은 "외국인이 많이 사는 이태원 국제거리와 가까운 까닭에 전교생 400명 가운데 50명이 20개국 출신 다문화가정 학생"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학교에 한국어반이 개설된 건 유재준 교장선생님이 부임한 2010년이에요.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려면 언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우선이었어요. 학생과 학부모의 요청도 끊이지 않았고요. '방과후학교를 활용해보자'는 교장선생님의 제안에 한국어반을 운영하게 됐고, 이걸 계기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설하게 됐답니다. 그 결과, 2010년 당시 4개에 불과했던 프로그램이 54개까지 늘었죠."
한국어반을 제외한 모든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은 전교생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학습·예체능 프로그램부터 다문화가정 학부모의 재능 기부로 운영되는 이중언어·영어 동화책 읽어주기 수업, 토요일과 방학 프로그램까지 합치면 총 54개가 운영된다. 흥미와 관심사에 따라 선택만 하면 된다. 가장 인기가 많은 수업은 로봇과학반과 생명과학반, 요리반이다. 부모님이 터키 출신인 2학년 네와 양은 "한국어·영어·농구·주산을 배우고 있지만, 가장 듣고 싶은 건 요리 수업"이라며 웃었다. 엄마가 일본인인 1학년 이우니 양도 "학교에서 한국 친구들과 함께 농구도 배우고 연극도 배울 수 있어서 무척 즐겁다. 다음 학기에는 꼭 만들기 수업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