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치는 우리 조상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음식입니다. 음식 저장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사시사철 신선한 채소를 섭취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채소를 건조해 저장하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었지만, 영양소가 손실되고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지요. 그래서 우리 조상은 채소를 소금에 절여 저장하는 방법을 개발합니다. 바로 소금에 절인 채소, '침채(沈菜)'랍니다.
사실, 과거의 김치는 현재 우리가 먹는 김치와 조금 달랐어요. 특히 조선 초기까지는 배추 대신 무·가지·오이·부추·파 등을 김치의 주재료로 사용했고, 양념에도 고추를 사용하지 않았답니다. 짠지류나 동치미 같은 채소절임 형태였죠. 그러다 조선 후기 무렵부터 고추와 젓갈을 사용해 김치를 담그기 시작했고, 통배추가 널리 재배되면서 무·가지·오이 대신 배추가 김치의 주재료로 자리 잡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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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얼얼'한 경상도 김치, 젓갈의 '진한 맛' 전라도 김치
김치는 지역마다 독특한 형태로 발달했습니다. 각 지역의 기후와 생산되는 작물, 수산물에 따라 소금의 농도와 젓갈의 종류 등을 달리했기 때문이지요.
수도 서울은 각 지역에서 올라오는 좋은 재료로 다양한 종류의 김치를 만들었어요. 새우젓·조기젓 등 담백한 젓국을 사용해 짜지도, 싱겁지도 않게 간을 했지요. 풋고추김치·총각무동치미·섞박지 등이 대표적입니다. 충청도 김치는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에요. 내륙지방이기 때문에 산나물과 버섯, 가지 등을 주재료로 사용하지요. 적은 양념으로 소박하게 만든 가지김치·시금치김치 등이 일품입니다. 따뜻한 경상도 지역은 김치가 빨리 쉬는 걸 막기 위해 소금을 많이 넣습니다. 다른 지역보다 고춧가루와 마늘을 많이 사용해 간도 세지요. 깻잎김치와 무말랭이 등이 유명합니다. 경상도 못지않게 양념을 많이 사용하는 곳이 전라도입니다. 멸치젓·밴댕이젓 등을 듬뿍 넣은 김치에선 진하고 깊은맛이 나지요. 갓김치·고들빼기김치 등을 즐겨 먹는답니다. 강원도 지역은 태백산맥을 중심으로 김치 속재료가 조금 달라요. 영동지방은 해산물을, 영서 산간지방에서는 무와 배추를 주로 사용하지요. 동해에서 많이 나는 생태·물오징어 등 해물을 듬뿍 넣어 담그는 해물김치가 별미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