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들 제치고 저축 횟수 1위
용산초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저축하는 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매주 목요일이 되면 근처 은행 직원이 학교로 찾아와 임시 창구를 개설한다. 저학년(1~3학년)은 담임 선생님이 돈과 통장을 걷어서 납부하고, 고학년(4~6학년)은 본인이 직접 창구에 가서 예금한다.
유진이의 저축도 이 같은 학교 프로그램을 계기로 시작됐다. 하지만 제대로 된 저축을 하게 된 건 3학년 때부터다. "솔직히 1학년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엄마가 주신 돈을 저축하곤 했어요. 돈이 얇은 종이에 저장되는 시스템이 신기했어요. 3학년이 돼 용돈을 받으면서 제 돈으로 '진짜 저축'을 하게 됐죠."
그즈음 우연히 본 영화 한 편은 유진이가 저축 습관 들이는 데 불을 지폈다. "영화에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영양실조나 각종 질병 때문에 5초에 한 명꼴로 세상을 떠나는 모습이 담겼어요. 어찌나 안타깝던지…. 그때부터 '나누는 삶'에 대한 생각이 제 머릿속에 자리 잡게 됐어요. 저축을 생활화해 모은 돈으로 어려운 형편에 놓인 친구들을 돕겠다는 목표를 세웠죠."
이 양은 용돈을 아껴 써 남은 돈과 세뱃돈, 친척분들이 준 돈 등을 모았다가 일주일에 한 번씩 꼬박꼬박 학교 은행 창구를 찾았다. 또래는 물론, 선배 중에도 유진이처럼 성실하게 저축하는 아이는 드물었다.
용산초 저축 담당 한재남 선생님은 "유진이는 6학년 언니·오빠들을 제치고 전교에서 저축 횟수가 142회(올해 4월 기준)로 가장 많다. 저축 액수가 크진 않지만, 용돈 절약을 통해 꾸준히 저축한 친구다. 이런 이유로 금융위원회에 추천했다"며 칭찬했다.
저축에 재미가 붙으면서 통장 개수도 하나 더 늘렸다. 2013년 10월 현재 두 개 통장에 모인 돈은 총 400만원가량. 잔돈으로 생긴 동전은 곧바로 돼지저금통에 넣는다. 설거지·안마·청소 등 부모님을 도와 집안일을 한 후에 받는 보너스 동전도 마찬가지. 이 양은 "아직도 목표액을 채우려면 한참 남았다"며 웃었다. "고3 때까지 대학교 등록금과 기부금을 마련하고 싶어요. 그렇게 하기 위해선 좀 더 분발해야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