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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색깔 지우려고 바꾸고 또 바꾸다… 시위 1번지 된 교육부

2013/10/16 10:37:09

교육부의 공식적 입장은 지난 9월 11일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교학사 교과서를 포함해 8종의 한국사 교과서 모두를 검토해 수정·보완하겠다”고 밝힌 것을 제외하고, 보도자료를 통해 “10월 말까지 수정·보완을 완료하고, 11월 말까지 교과서 선정·주문을 연기해 학교 현장의 공급에 지장이 없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이 마지막이다. 한국교총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교육부가 ‘우리는 교과서 내용에 대한 권한이 없었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한 발을 빼고 있으면서 논란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 국공립대 교직원들 “무책임한 반값등록금 정책이 우리의 희생 강요한다”며 천막 농성

“교육 분야에 힘이 강한 시민단체와 정부의 눈치를 보고만 있는 셈”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교육부 대변인실의 B 주무관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솔직히 교육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교과서 문제를 교육부가 단독으로 풀어나가기에는 정치적 이해가 많이 얽혀 있다는 것. “이번 문제는 교육부가 입장을 내놓으면 어느 한쪽 편을 들어주는 셈이 돼 곤란해질지도 모른다는 것이 내부의 분위기”라고도 밝혔다. B 주무관은 “교육부 내에서도 정치 문제에 왜 교육부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야 하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고 말했다.

교육부 정책 방향이 정부의 정책에 휘둘리고 있다는 비판은 또 나온다. 교육부 청사 앞에서 60일 넘게 천막 농성을 하는 국공립대 교직원들은 “무책임한 반값등록금 정책이 국공립대 교직원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1월 서울중앙지법은 서울대 등 8개 국립대 학생 4000여명이 학교를 상대로 낸 기성회비 반환 청구소송에서 “학생들이 기성회비를 납부할 법령상 의무가 없다”며 학교 측에 학생 1인당 10만원씩 반환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를 근거로 지난 7월 25일 교육부는 전국 국공립대 총장 회의를 소집해 39개 국공립대에 9월부터 공무원 교직원에게 주던 기성회비 수당, 즉 급여 보조성 경비를 폐지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면서 국공립대 직원 중 기성회비에서 수당을 받던 2500여명의 연봉이 1000만원가량 줄어들게 됐다.

연봉이 줄어들게 된 교직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김일곤 전국대학노동조합 정책위원장은 “기성회비 수당 폐지 조치로 학생 한 명에게 돌아가는 돈은 1년에 겨우 10만2000원 정도에 불과하다”며 “반값등록금 정책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이지만, 등록금 절감 효과는 거의 없고 교직원들만 희생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오히려 이번 조치는 국가장학금으로 최대 6조원의 예산이 더 들어가는데, 예산 책정은 제대로 되지 않아 고등 교육 예산이 부족해지자 시행하게 된 정책”이라는 의견도 밝혔다.

국공립대 교직원들은 아예 각 대학 본부 앞에 천막을 치고 전국적인 농성에 들어갔지만, 교육부 입장은 확고하다. 지난 9월 30일 박백범 교육부 대학지원실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일부 국립대학 직원의 반발에 대해 엄중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국립대학 직원들이 천막 농성, 피켓 시위 등으로 반발하고 있어 국립대학 직원으로서 품위를 저해하고 교육과 면학 분위기를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공립대 직원들은 “끝까지 싸우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교육부 정책자문위원회 소속인 안선회 중부대 교수(진로진학학습컨설팅학과)는 최근 교육부의 각종 정책을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에 대해 교육 정책의 ‘컨트롤타워’가 없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번 정부는 전두환 정권 이후 대통령 직속 교육 자문기구를 두지 않은 유일한 정권인데, 이 때문에 정부의 종합적인 정책과 교육 정책이 유기적으로 얽히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는 것이다.

안 교수는 “교육부를 둘러싼 논쟁을 보면 현재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논쟁의 축소판 같다는 생각도 든다”며 “교육부는 오롯이 장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교육 발전 계획에 힘을 쏟아야 하는 만큼 정책을 전체적으로 조율하고 불필요한 논쟁은 줄이되 전 국민의 합의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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