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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한국근대문학관' 가보니] 100여년 전 문학의 향기가 물씬~

2013/10/15 16:59:06

인천문화재단이 기획·운영하는 한국 근대문학관(관장 이현식)은 19세기 말부터 1948년에 이르는 한국 근대문학 전반을 아우른다. 국내 60여개 문학관이 대부분 작가 개인 위주로 꾸며진 점과 차별화된다.

건물은 수장고를 포함해 총 5개 동. 이 중 전시실과 다목적실로 활용되는 4개 동은 모두 일제강점기 개항장 창고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덕분에 건물 입구에서부터 근대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곳곳에 노출된 나무 기둥과 벽돌이 시간을 거슬러 근대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1층 상설전시실은 '신문학의 씨앗을 뿌리다'(1894~1910년), '근대 문학이 출발하다'(1910~1919년), '식민지 현실에 맞서다'(1925~1935년) 등 시기별로 나뉜 총 6개 전시 공간으로 꾸며진다. 60년 근대문학사의 흐름에 맞춰 동선이 짜인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소장하고 있는 총 2만9000점의 자료 중 상설 전시되는 건 137점이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최남선의 시 '해에게서 소년에게'(1908년)가 실린 잡지 창간호를 시작으로 한국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의 초판본·원본을 마주하게 된다. 우리나라 최초의 신소설인 이인직의 '혈의 누'(1908년판), 최초의 장편소설인 이광수의 '무정'(1925·1938년판)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1925년판) 등이 그것. 이처럼 초판본·원본이 대규모로 전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자칫 딱딱하고 지루하게 여겨질 수 있는 문학 작품을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활용해 소개한 점도 눈에 띈다. 전시 중간 중간 마련돼 있는 터치 스크린을 누르면 최남선이 작사한 '경부철도노래'(1908년),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 등이 흘러나온다. 염상섭의 만세전(1924년)을 만화로 꾸민 내용과 해당 작품 속에 등장하는 경성·시모노세키 등의 당대 사진을 살펴볼 수 있는 요지경 장치도 흥미롭다.

실물 작품과 종이의 질까지 똑같이 재현한 복각본도 볼거리. 스마트폰을 활용해 이광수 등 50여 명의 근대문학 주역 작가들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코너, 1930년대 문인들이 즐겨 찾던 다방을 재현한 포토존, 곳곳에 놓인 각종 체험학습지 등도 오감 만족 전시 관람을 돕는다.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인천 근대문학과 한국 근대대중문학을 주제로 한 전시가 펼쳐진다. 전시관을 나서면 사방이 유리로 된 창 아래 놓인 웅장한 책장이 반긴다. 책장에 꽂힌 다양한 근대문학 작품을 읽어볼 수 있는 휴식 공간이다. 옆 계단으로 내려가면 기획전 기형도의 '잎 속의 검은 잎'이 한창이다. 모든 전시장 관람은 무료다.

함태영(38세) 한국근대문학관 과장은 "현직 중·고교 교사가 전시 기획 과정에 참여해 청소년들이 쉽고 재밌게 근대문학 작품을 접할 수 있도록 꾸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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