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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지팡이의 날 특별 인터뷰] 육근해 한국점자도서관장

2013/10/14 16:49:31

한국점자도서관은 1969년 세워진 국내 최초의 점자도서관이다. 설립자는 시각장애인인 고 육병일(1929~1997년) 선생. 육 관장의 아버지다. 유복한 환경에서 태어나 정상 교육을 받은 육병일 선생은 시각장애인들이 처한 어려운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전 재산을 털어 점자도서관을 지었다. 어머니와 5남매가 도서관 운영을 도왔고, 막내딸인 육 관장도 중학교 때부터 점자타자기로 점자 책을 찍었다.

"아버지는 전국 곳곳에 있는 시각장애인 가정을 수시로 방문하셨어요. 막내딸인 제가 아버지를 주로 모시고 다녔는데 그게 정말 좋았어요. 아버지 덕분에 글을 깨우쳤다며 우시는 분들, 아버지가 낸 점자 책을 읽고 희망을 갖게 됐다는 사람들을 만났죠. 아버지가 자랑스러웠어요."

반면 아버지와 함께 다니며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체감하기도 했다. "재수 없다며 식당에서 쫓겨나기도 했고, 소금을 뿌리는 사람도 있었어요."

1992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서관 일을 맡게 된 그는 2004년 아버지와 어머니에 이어 관장직을 물려받았다. 전국 각지에 점자도서관이 속속 설립되면서 성인 대상 점자 책 출판이 늘어나자, 그는 시각장애 아동에게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어느 날 한 학부모가 도서관에 찾아왔어요. 아이에게 책을 읽히고 싶은데 볼 만한 게 있느냐면서요. 도서관을 다 뒤져도 동화는 10여종밖에 안 됐어요. 그때부터 어린이용 점자 책을 연구했어요."

육 관장은 시각장애 어린이와 비장애 어린이가 벽을 허물고 소통할 수 있도록 국내 최초로 '점자라벨도서'를 만들어 보급했다. 일반 도서 위에 투명한 점자 라벨을 만들어 붙인 책으로 장애가 없는 형제·자매, 친구들과 나란히 앉아 함께 읽을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새끼줄, 깃털 등 그림책에 붙어 있는 다양한 재료를 손으로 만져보고 느껴보는 '촉각도서'도 국내 최초로 펴냈다.

2008년부터는 시각장애 아동을 위한 이동도서관 서비스인 '북(book)소리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점자라벨도서, 촉각도서, 디지털음성도서 등 연령별, 장애유형별 책이 실린 버스가 특수학교로 직접 찾아간다. 육 관장은 "최근 서울시교육청 지원으로 북소리버스를 특수학교뿐 아니라 일반 초·중학교로 운행하기 시작했다. 장애인식 개선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며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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