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8/23 12:10:27
8월초 광화문 커피숍에서 만난 곽 교수는 “소문만 무성한 영훈국제중에 대해 진실을 알리고 싶다”고 입을 열었다.
신입생 모집전형 어떻게 진행되나
곽 교수는 2012년 8월에 학교를 그만뒀으니 현재 불거진 2013년도 신입생 입학전형부정사건(2012년 10~12월)과는 무관하다. 입시부정과 관련해서는 참고인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것이 전부다. 그는 “입시부정이 절대로 없었다는 증거를 내가 댈 수는 없지만, 이미 알려진 ‘성적조작’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꼭 하고싶다”고 말했다.
-여론의 쟁점은 ‘특권층 학생을 입학시키기 위해 성적을 조작했다’는 것과 ‘입학 댓가로 금품을 요구했거나 금품을 받고 입학시켜줬다’는 것입니다.
“그 성적조작이라는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겁니다. 국제중 신입생 모집시 각 초등학교에서는 생활기록부와 추천서를 작성해 학생과 학부모가 볼 수 없게 밀봉하고, 해당 학생은 자기개발계획서를 작성해 이를 함께 국제중학교에 제출합니다. 초등학교 생활기록부에 석차와 점수가 기재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잘 아실 겁니다. 이 원서를 받으면 학교는 일단 훑어본 후 지나치게 무성의하거나 분량 또는 양식이 기준에 못미치는 원서를 분류합니다. 국제중에 어울리는 인재가 아닌데 학생이나 학부모의 요구로 인해 교사가 마지못해 써 준 추천서는 누가 봐도 티가 납니다. 통과한 서류를 심사해 총 입학인원의 3배수를 뽑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공개추첨을 통해 최종합격자를 선발합니다.”
“성적조작의 ‘증거’ 궁금해”
-언론에 보도된 바를 보면, 성적이 높은 학생이 주관적인 점수(추천서 심사 등)를 잘 못받아 불합격하고, 성적이 낮은 학생이 주관적 점수에서 만점을 받아 합격했다는 겁니다.
“영훈국제중은 공부만 잘 하는 학생을 뽑는 학교가 아닙니다. 인성과 국제적인 인재로서의 소양을 중요시하는 곳입니다. 그리고 저도 반문하고 싶은 것은, 점수와 석차가 없는 초등학생에게 ‘객관적인 성적’이라는 것이 존재하냐는 겁니다.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부모라면 모두 알지 않습니까. 국제중에 지원하는 학생들의 거의 전부가 ‘전과목 매우잘함(◎)’입니다. 생활기록부에 기재된 성적으로 우열을 가릴 수가 없어요.”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불합격자들이 문제를 계속 제기하고 있습니다.
“떨어진 사람들의 ‘성적이 좋았는데 떨어졌다’는 주장은 지극히 주관적이라고 봅니다. 제가 교장으로 재직할 때 학부모들에게 그런 원망을 한두번 들었겠습니까. 답안지를 흔들며 ‘이렇게 잘 썼는데 왜 점수가 이렇게밖에 안나오냐’고 소리치던 학부모도 많이 만났습니다. 그 말은 곧 점수를 주는 교사를 믿지 못하겠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그런 교사가 있는 곳에 보내지 않아야 하는게 아닐까요.”
-검찰은 ‘성적조작의 정황이 확인됐다’고 했는데요.
“성적조작 혐의로 조사를 받고 나온 교사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어떤 식으로 조사를 받았냐고요. 지난 9월에 그들이 채점했던 지원자의 추천서 몇 장을 지금 다시 보여주고 점수를 매기라고 했답니다. 수 개월만에 본 추천서였고, 상당수의 추천서가 비슷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각각의 추천서에 이전과 똑같은 점수를 매길 수는 없었겠지요. 그 결과를 본 검찰이 ‘일부 추천서는 외압을 받고 주관적인 점수를 준 것으로 보인다’며 ‘성적이 조작되었다는 정황증거’라고 했다는 겁니다. 일선 교사들이 알면 기가 찰 일 아니겠습니까.”
교육의 질 매도되는게 안타까워
화제는 영훈국제중 전 교감 김모씨의 자살로 이어졌다. 교장 직무대행이었던 김모 전 교감은 6월 16일 ‘학교를 잘 부탁한다’는 유서를 남기고 학교에서 목을 매 숨졌다.
-유서는 어떤 의미라고 보는지. 학교의 명예회복을 위해 끝까지 싸우는 방법도 있지 않았을까요.
“일개 사학의 교감이 무슨 힘이 있어서 전국의 학생과 학부모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는 입시전형에서 부정을 저지르고 개인적인 축재를 했겠습니까. 시키는 대로 하다가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요. 하지만 극단적인 선택은 안타깝습니다.”
-학교측에 잘못은 없다는 주장입니까.
“솔직히 학교나 이사회 관계자 누군가 금품을 받고 불법적으로 편입을 시킨 사례가 아예 없다고 보장은 못 하겠습니다. 고위 관계자 중 재물에 눈이 멀었던 사람도 있었을 겁니다. 또 어쩔 수 없이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도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학교가 조직적으로 성적을 조작하고, 부유층이나 권력층을 골라 선발하고, 빈곤층은 배제시켰다는 이런 오해는 정말 억울합니다.”
-영훈국제중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다른 사학도 마찬가지지만, 이사회가 학교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시스템은 교육의 질과 독립성을 훼손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사태도 재단 일부 인사들의 부정과 그들이 조장한 사태임이 명확한데, 애꿎은 교육자들만 시달림을 당하고 있습니다. 이사장을 비롯한 일부의 부정으로 그동안 전 교직원과 학생, 학부모들이 공들여 쌓아온 영훈국제중의 명성까지 매도되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