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때 누군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어요.
"여기서 다 같이 죽을 수는 없습니다. 관을 던져서 호랑이가 잡은 관의 주인이 나가서 싸웁시다."
사람들이 머리에 쓴 관을 벗어 호랑이에게 던졌어요. 호랑이가 호경의 관을 덥석 물었어요. 호경은 잘됐다고 생각하며 활과 화살을 들고 밖으로 나갔어요.
그때 '쿵'하는 소리와 함께 동굴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어요.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목숨을 잃었지요.
'호랑이가 내 목숨을 구해 주었구나.'
하지만 사방을 둘러보아도 호랑이는 보이지 않았어요. 호경은 마을로 돌아가 죽은 사람들을 위해 제사를 지냈어요. 그러자 한 여인이 나타났어요.
"놀라지 마세요. 저는 당신을 구한 산신입니다. 당신과 부부가 되어 이 산을 다스리려고 합니다."
여인이 호경을 데리고 사라졌어요. 제사를 지켜보던 사람들이 말했어요.
"호경을 위해 사당을 짓는 게 어떨까요?"
사람들은 사당을 짓고, 사냥에 나갈 때 사고가 나지 않게 해 달라고 호경 산신에게 빌었어요.
호경은 고려 왕조의 시조(始祖·한 나라의 맨 처음이 되는 조상)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