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은주가 섭씨 35도를 넘나든 지난 12일, 장훈고 전교생의 80%가량은 자기주도학습 특화 시설 ‘서훈관’에 머물며 ‘공부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개별 독서대를 갖춘 800여 개의 좌석, 컴퓨터 100대가 비치된 인터넷 강의실 등을 갖춘 서훈관에선 매일 네댓 명의 지도교사가 상주하며 재학생의 학습 관련 질의에 응답하고 멘토링 활동도 진행한다. 김세민(3년·학생회장)군은 “우리 학교 학생들의 학력 신장 비결은 1년 365일 밤 11시까지 운영되는 서훈관”이라고 강조했다. 이경복 장훈고 교장은 “공기청정기·산소발생기 등 완벽한 학습 환경 조성을 위해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쓴 결과, 학기 중엔 90%, 방학 때도 80% 이상의 학생이 서훈관을 찾는다”고 말했다. 입학 당시 상위 9%대였던 성적을 2년여 만에 전교 1등으로 끌어올린 오형준(3년)군은 “서훈관 덕에 3년 내내 사교육 한 번 안 받고 교내 활동만으로 성적을 올렸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사고’)로 전환한 장훈고는 지원자 미달로 고전 중인 여느 자사고와 달리 2013학년도 신입생 선발 당시 추가모집 없이 정원을 100% 채웠다. 지원자의 출신 중학교도 자사고 전환 첫해 40여 개교에서 2년 만에 73개교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이 중 상당수는 학교 소재지(영등포구) 비거주자다. 이 교장은 이 같은 성과에 대해 “기본으로 돌아가 교육 품질 향상에 힘쓴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말했다.
장훈고 재학생은 국어·영어·수학 등 수능 주요 과목을 각자의 학업성취도에 따라 ‘소규모 맞춤형’으로 배운다. 성적 격차가 큰 수학은 이동 수업을 위해 나뉜 반만 5개다. 효과는 금세 나타났다. 올해 장훈고 신입생 중 중학교 평균 내신 1등급(4%)은 23명. 하지만 지난 6월 5일 시행된 고교 1·2학년 전국연합학력평가(이하 ‘6월 학력평가’)에선 주요 과목 1등급 학생이 수학 64명, 국어 52명, 영어 42명으로 늘었다. 황정의(1년)군은 “중학교 때 평균 내신이 7.03%였는데 6월 학력평가에서 전국 백분위 0.3%에 들었다”고 말했다.
재학생의 학력 신장을 위해 교사의 책임감을 높인 정책도 눈에 띈다. 대표적인 게 ‘교사 수업 실명제’와 ‘방과후 부진 교과 재이수제’. 전자는 대내외 교과 평가에 지도교사의 실명을 표기하도록 한 제도를, 후자는 교사가 일정 기준 미이수자에게 해당 교과를 다시 이수토록 지도하는 제도를 각각 일컫는다. 학교 측은 이 두 제도를 연계, 운영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교사진의 문호를 ‘학교 밖’으로 확대한 것 역시 파격적 조치로 평가된다. 장훈고에선 본교 교사뿐 아니라 EBS 출연 강사, 유명 학원 강사, 명문대 출신 동문 등도 교단에 선다. 이들은 주로 방과후학교(국어·영어·수학·과학·논술·경제·경영·중국어 등)와 주말 특강 ‘명품 토요 아카데미’에 투입된다. 이경복 교장은 “원거리 통학생 편의를 고려한 120명 규모의 기숙사, 교양인 양성을 위한 1인 1스포츠·1악기 교육, 3년간의 장기 계획에 따라 실시되는 봉사활동 등 장훈고만의 자랑거리는 이 밖에도 많다”며 “앞으로도 학부모와 재학생에게 신뢰를 주는 교육 환경 조성에 힘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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