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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인터뷰] 소리공학자 배명진 교수

2013/08/15 16:37:13

"요즘 영화관에 가면 소리를 활용한 장치를 만나볼 수 있어요. 바로 '진동 의자'입니다. 소리는 진동이에요. 진동이 공기를 타고 사람의 귀에 전해져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건물이 폭발하는 장면에서 '쾅'하는 소리만 듣는 것보다 소리의 진동을 함께 느낀다면, 더욱 실감 나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지요."

실생활에 소리를 활용한 예는 수도 없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건강을 진단하는 데 쓰이는 청진기와 초음파 기계다. 몸에 청진기를 대면 기관이 내는 소리를 듣고 우리 몸이 건강한지를 알 수 있다. 임신한 산모가 뱃속 태아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소리의 하나인 초음파를 이용한 덕분이다. 초음파는 비록 우리가 들을 수 없는 소리지만, 태아로부터 반사돼 나오는 음파를 이용하면 태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범인을 가려낼 때도 소리가 쓰인다. 배 교수는 "사람의 목소리에는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소리 분석을 '성문 감정'이라고 합니다. 목소리 성문 감정을 통해 그 사람의 체격, 감정 등을 추정할 수 있어요. 다른 두 개의 목소리가 같은 사람인지 아닌지도 가려낼 수 있지요. 몇 년 전, 보성에서 일어났던 사건이 가장 기억이 남아요. 범인이 누구인지 가려낼 증거가 없는 사건이었어요. 유일한 단서는 잡음 가득한 119통화 기록뿐이었죠. 그리고 1.2초간 녹음된 범인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었어요. 영원히 미제로 남을 뻔했지만 피해자가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걸었던 통화 기록 속 소리 덕분에 범인을 밝혀낼 수 있었답니다."

◇호기심 많은 소년, 우리나라 최고 소리공학자 되다

배 교수가 소리와 인연을 맺은 건 다섯 살쯤이다. 어떤 기계든 척척 만지는 아버지를 보며 자란 그는 틈만 나면 라디오를 갖고 놀았다. 라디오에서 나온 소리가 마냥 신기했다. 그러다 어느 날 소리가 나오지 않자, 호기심에 라디오를 분해했다. 배 교수는 "여러 날을 라디오와 씨름한 끝에 소리가 다시 나왔다. 얼마나 기뻤던지 지금도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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