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승님에게 일대일로 나전칠기 제작법을 전수받기 시작했어요. 어릴 땐 말썽도 참 많이 피웠어요. 한번은 스승님이 서울로 출타하신 틈을 타 어깨너머로만 봤던 옻칠을 직접 해봤어요. 자신만만하게 작은 상 4개에다 옻칠을 쓱쓱 했는데 30분이 지나니까 쭈글쭈글 엉망이 되는 거예요. 바로 집으로 도망쳤죠. 며칠 뒤에 다시 스승님께 끌려오고…(웃음)."
제대 후 그는 스승을 따라 원주에 정착, 나전 일에 더욱 매진하며 작품 활동을 했다. 1994년 스승이 세상을 떠나자, 2년 뒤인 1996년 뒤를 이어 나전장 기능보유자로 지정됐다.
이형만 선생에 따르면 나전칠기는 약 45개의 제작 공정을 거쳐 완성된다. 모든 공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탓에 작품 하나가 완성되기까지 수개월에서 길게는 몇년까지 걸린다. 의걸이장(장롱)과 같은 대작을 만드는 데는 꼬박 3년이 소요된다.
여러 제작 공정 중에서 그가 가장 중요시하는 건 '디자인'과 '도안'이다. "나전칠기는 '종합예술품'입니다. 장인은 만들고자 하는 물건의 형태부터 직접 디자인해야 합니다. 여기에 어울리는 밑그림(도안)도 그려야 하고요. 자개를 오려 붙이고 옻칠하는 기능까지 갖춰야 합니다. 그야말로 '살아 있는 창작품'이지요. 아무리 도안이 잘 나와도 같은 작품을 3점 이상 만들지 않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매번 다른 디자인, 다른 문양을 그리기 위해 힘들어도 계속 아이디어를 내고 고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