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신안군은 유인도 111개, 무인도 719개 등 총 830개 섬으로 이뤄져 있다. 관내 고교는 7개. 인문계는 도초고가 유일하다. 그런데도 지난달 20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2013학년도 영역별 수능 성적 향상도 분석 결과, 전국 230개 기초자치단체 중 △수리 '가' 형 1위(14.6점 향상) △언어 영역 7위(5.3점 향상) △외국어 영역 10위(5점 향상)에 오르며 선전했다. 문상옥 교육장에 따르면 그 비결은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지원청 간 협조로 진행된 EBS 교육 프로그램 지원"이다. "신안 일대가 온통 섬이다 보니 사교육은 받으려야 받을 수 없어요. 도초고가 위치한 도초도에서 목포까지 이동하려 해도 빠른 배로 1시간, 느린 배로 3시간이 걸리죠. 그러다 보니 신안 지역 고교생에겐 EBS가 유일한 입시 대비 수단이었습니다."
신안군은 지난 2010년 EBS·수능 70% 연계 정책이 발표된 직후부터 EBS 교재 구입비와 저녁 식사비를 지원하며 관내 중고생의 학업을 독려해 왔다. 올해만 해도 교재비로 4400만원, 석식비로 6억원을 각각 투자했다. 이와 별도로 도초고엔 '지역 명문 고교 육성 자금' 2억5000만원이 투입됐다. 정규 수업 외 EBS 특별 강의를 진행하는 교사들에게 지급되는 인건비다. 문 교육장은 "EBS 교재 가격이 특별히 비싼 건 아니지만 도서 벽지 지역 학생에겐 그마저도 부담스럽다"며 "EBS·수능 연계 정책의 목표가 '교육의 기회 균등'인 만큼 향후 교재 구입과 관련,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마련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진행된 문 교육장과의 인터뷰 자리엔 올 2월 도초고 졸업 후 연세대 인문과학부에 진학한 최주윤(19)씨가 자리를 함께했다. 고교 3년 내내 EBS 교재·강의로 공부한 최씨는 "다양하지 못한 강의 수준은 다소 아쉬웠다"고 말했다. "수험생 시절, 친구들과 'EBS 강의는 상위권 학생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얘길 많이 했어요. 앞으로는 중·하위권 학생을 겨냥, 눈높이를 낮춘 강좌가 보완됐으면 좋겠습니다." 문 교육장 역시 "신안 지역 수험생은 다양한 문제를 접할 기회가 적다 보니 EBS 교재 밖 문제가 나오면 특히 어려워하더라"며 "교재와 연계된 응용 강좌를 대폭 보강, EBS만으로 공부하는 수험생도 문제 적응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교육장과 최씨는 "갈수록 다양해지는 전형에 대비할 수 있는 강의도 늘려 달라"고 입을 모았다. "저만 해도 '수능·내신만 철저하게 준비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했거든요. 막상 대학에 와보니 논술·적성검사·어학능력 등 각자 특기를 살려 들어온 친구가 많아 놀랐습니다."(최주윤) "수시 전형은 갈수록 다양해지지만 최신 정보에 어두운 소외 지역 수험생에겐 여전히 '그림의 떡'입니다. 수시 전형 비중이 느는 추세인 만큼 EBS가 수능뿐 아니라 여러 전형을 아우르는 방향으로 외연을 넓혀주길 기대합니다."(문상옥)
[박인우 교수의 조언]
"디지털교과서 활용 강좌 비중 확대, 쌍방 소통 가능하도록 피드백 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