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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문대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학과 중 하나인 피부미용학과나 애견관리학과 등은 현 2년제보다 짧은 1년제로 교육 과정을 만들 수 있다. 윤 교수는 “피부미용이나 애견관리를 배우는 학생은 짧은 기간 내에 전문 기술을 익혀 취업하려는 경우가 보통”이라며 “학생과 대학 모두 수업 연한을 짧게 해 더 많은 인력을 배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인문계열이나 공학계열에서는 심화된 교육 과정을 필요로 하는 학생이 많다. 윤 교수는 자신이 지도했던 학생 한 명을 예로 들었다. “설계 관련 공부를 한 학생인데 막상 취업하려다 보니 이론 공부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요. 열심히 공부해서 한 명문 사립대 토목공학과로 편입을 했죠. 그런데 1년도 못 버티고 학교를 그만뒀다고 해요. 대개 전문대에서는 1, 2학년 때 실습 위주의 공부를 하는데 4년제 대학에서는 그 기간에 이론 공부를 하거든요. 영어 공부도, 기초 수학 공부도 하지 않았으니 적응이 어려웠을 겁니다.”
전문대학의 목표는 기업체 현장에서 당장 쓸 수 있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다. 윤 교수는 “종종 기업체 인사 담당자들이 ‘2년은 짧다’ ‘좀 더 공부해서 취직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어요. 수업 연한을 늘릴 수 있다면 이런 요구도 충족할 수 있습니다.”
◇전문대 수업 연한 연장에 지방 4년제 대학들은 반발그러나 지방 4년제 대학들은 이번 방안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대구시의 한 사립대 기획팀장은 익명을 전제로 “전문대를 4년 다닐 거라면 4년제 대학에 입학하면 되지 않느냐”면서 “이번 방안은 전문대의 목소리만 듣고, 여러모로 어려운 지방 사립대의 상황은 보지 않은 편향적인 정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전문대학들은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의 교육 목표는 물론 교육 과정도 엄연히 다르다”고 반박했다.
윤여송 교수는 “지방 사립대들이 제 살길 찾겠다고 학술 연구가 아니라 전문 기술 습득이 필요한 피부미용학과니 애니메이션학과를 만들어 놓고는 전문대의 수업 연한에 딴죽을 거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전문 기술자를 기르는 것은 원래 전문대학의 몫”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모든 전문대가 학사학위를 수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문대에서만 20년 넘게 학생을 가르쳐온 고재경 배화여대 영어통번역학과 교수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기반으로 하여 여건을 갖춘 전문대가 일정 과정에 한해서 교육부의 인가 절차를 거쳐 학사학위를 수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최근 개발하고 있는 국가직무능력표준은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능력을 직업별로 체계화해 평가할 수 있게 하는 기준이다. 영국·독일·캐나다에서는 NOS(National Occupational Standards)를 시행하고 있고, 호주·뉴질랜드는 NCS를 운영하고 있는데 전 국가적으로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기업은 물론 취업준비생이 직업에 필요한 능력을 기르는 데 용이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고 교수는 “국가직무능력표준 개발과 전문대 학제 개발은 동시에 진행될 것”이라며 “이번 육성방안이 전문 인력을 기른다는 전문대학의 원래 목표를 가장 잘 달성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