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씨는 '미숙아 망막증'으로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두 눈으로 세상을 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그는 마림바 음색만큼 밝은 성격의 소유자다. "힘들고 억울한 일. 너무 많죠. 하지만 그런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 없어요. 생각하면 끝도 없어서 금새 우울해질테니까요."
낙천적인 성격 덕분에 웬만해선 좌절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마림비스트를 꿈꾸기 시작하면서 좌절의 시간이 있었다고 한다.
"한빛맹학교에서 중학교 과정에 들어간 12살이 되던 해에 선배의 권유로 클래식 밴드부에 가입했어요. 당시 작은 북을 맡았는데, 그것이 음악과의 첫 만남이었어요. 고교생이 되고 나서도 계속 밴드부 활동을 하면서 타악기 연주자에 대한 꿈을 키워나갔죠. 때마침 학교에 2년제 학사과정 음악학과가 개설됐다는 소식이 들렸습니다. 당장 학과장님을 찾아갔지만, 예상치못한 반대에 부딪혔어요. 타악기 연주자는 지휘를 볼 수 있어야하고, 연주하며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저는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그러나 포기하지 않는 전씨를 보면서 학교에서도 기회를 주기로 했다. 대신, 전씨의 의지도 시험대에 올랐다. "전공 교수님께서 제게 식탁만한 악기가 있는데, 그걸 다룰 수 있다면 타악기 전공을 고려해볼 만 하다고 하셨어요. 단, 그 악기를 다루는 시각장애인 연주자는 세상에 단 한명도 없다는 말도 덧붙이셨어요. 그것이 마림바였죠."
전씨는 마림바를 배우기로 했지만 과정이 녹록치 않았다. 말렛을 잡는 법과 건반 위치를 익히는데만 다른 연주자의 세배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지도 교수가 연주 자세를 잡으면 전씨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손으로 만지며 자세를 배웠다. 말렛은 어떻게 잡는지, 건반을 치기 위해 이동하는 보폭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하나하나 손끝의 감각으로 몸에 익혀나갔다.
이 힘든 과정을 극복하고 20살이 되던해 드디어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관현악과 타악기 전공자로 당당히 합격했다. '장애를 가진 연주자'가 아닌 어엿한 음악 학도가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통영 국제 음악제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라이징 스타상을 수상하고, KBS 교향악단과의 협연하는 등 재능과 실력을 인정받았다. 지난해에는 파리 유네스코 개막식에서 솔리스트로 공연하기도 했다.
♬ 우리나라 최고의 마림비스트가 되는 것이 목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