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사들이 반마다 시험지를 나눠주고, 학생들이 문제 푸는 모습을 3~5분간 지켜보다 조용히 교실을 떠났다. 층마다 2명씩 남았지만, 부정행위를 감시하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강종례(53) 교무부장은 "갑자기 배앓이를 하거나 답안지를 새로 달라는 학생이 간혹 있어 복도 한쪽에 대기한다"고 했다. 복도에 남아봤자 창문이 높아(창틀 기준 165㎝) 교실 안을 엿보긴 쉽지 않았다.
이 학교는 1974년에 문을 열었다(옛 문성여상). 연립주택과 상가가 오밀조밀 들어선 동네에 있다. 교정엔 라일락 꽃가지가 흔들리고, 때때로 새끼 고양이 두어 마리가 '야옹' 하고 건물 그늘을 가로지른다. 전국 중학생이 100명이라면 15~70등 사이 학생들이 이 학교에 다닌다. 2~3년 전만 해도 졸업생 70~80%가 대학에 갔다. 이후 추세가 달라져 작년 졸업생은 47%가 '선(先)취업'을 택했다. 진학하는 학생이건 취업하는 학생이건, 학교가 내세우는 교육목표는 같다. ①꿈이 있고(Dreaming), ②책을 읽고(Reading), ③실천하는 아이(Practicing)를 기르는 것이다. 김기동(62) 교장은 "이 세 가지를 익힌 아이는 인생이 고달파도 결국 일어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