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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리한 체격에도 형들을 제치고 정상에 서다
마루한은 지난달 28일 열린 ‘제25회 광주 전국 스포츠클라이밍대회’에서 남자 초등부 1위를 차지했다. 5·6학년 형들을 제치고 이룬 쾌거다. 지난 5일 끝난 ‘제4회 고미영컵 전국 청소년스포츠클라이밍대회’ 고학년부 경기에선 4위에 그쳤지만, 체격 조건이 월등한 형들과 겨룬 점을 감안하면 좋은 성적이다.
“지난해 광주 대회에선 4위였어요. 이번 우승으로 그때 아쉬움을 털어버릴 수 있었죠. 무엇보다 번번이 저를 좌절시켰던 라이벌 이도현(서울 도봉초 5년) 형을 처음으로 이겨서 기뻤어요. 평소에 높은 난이도의 암벽을 척척 오르는 형을 보면서 부럽기도 하고, 꼭 한번 이겨보고 싶었거든요. 하하.”
고미영컵에 대해 묻자 얼굴이 굳어졌다. “경기 도중 암벽 중간쯤에서 떨어졌어요. 홀드와 홀드의 간격이 멀어서 좀 버거웠어요. 결국 홀드에 팔이 닿지 않아 미끄러지고 말았죠. 키가 조금만 더 컸으면 좋을 텐데…. 저도 빨리 다른 형들처럼 키가 자랐으면 좋겠어요.”
최 군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스포츠클라이밍을 시작했다. 아버지가 마루한과 형 최미르(현재 경기 부천 까치울중 1년) 군이 함께할 수 있는 운동을 찾다가 발견한 게 스포츠클라이밍이었다. 마루한은 “솔직히 처음엔 별로 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무서울 것 같았어요.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무섭기는커녕 오히려 재밌는 거예요. 홀드를 잡고 오르면 오를수록 더 높은 지점까지 가고 싶었죠. 특히 정상에 오른 뒤 자일을 타고 밑으로 내려올 땐 마치 놀이기구를 타는 느낌이었어요. 스릴 만점이었죠.”
취미로 시작한 스포츠클라이밍이었지만 마루한의 실력은 남달랐다. 그해 처음 나간 전국 대회(2011년 제1회 오스프리 전국 학생 친선스포츠클라이밍대회)서 저학년부 1등을 거머쥐었다. 이후 나가는 대회마다 주요 상을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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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집중력… 스포츠클라이밍이 준 선물
또래 선수들보다 경력이 짧은데도 이처럼 두각을 나타내는 비결은 뭘까. 마루한은 대답 대신 자신의 양손을 펼쳐 보였다. 손바닥과 손가락 마디 사이사이가 온통 굳은살 투성이였다.
“열심히 연습한 흔적이에요. 스포츠클라이밍은 손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 운동이에요. 홀드를 잡다 보면 피나고, 상처 나고, 굳은살 배기기 일쑤죠. 하지만 노력보다 중요한 건 없다고 생각해요. 전 손의 통증이 아무렇지 않을 정도로 스포츠클라이밍이 좋아요. 꼭대기에서 맛보는 짜릿함에 중독된 것 같아요.”
최 군의 어머니 김은순(38세) 씨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연습을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다. 매일 손힘을 키우기 위해 턱걸이를 100번이나 한다”고 귀띔했다. 박지환(24세) 코치는 “마루한은 대범한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칭찬했다. “심리적 부담을 잘 떨쳐내는 편이에요. 스피드도 좋고요. 아무리 어려운 과제를 내줘도 해결할 때까지 노력하는 자세도 훌륭해요.”
마루한은 스포츠클라이밍을 통해 변화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때 즐겁다고 했다. “스포츠클라이밍을 통해 자신감을 갖게 됐어요. 예전엔 말이 없는 편이었는데 이젠 친구들에게 다가가 먼저 말을 걸기도 하죠. 몸도 튼튼해지고, 끈기랑 집중력도 생겼어요. 덕분에 성적도 줄곧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답니다.”
마루한의 꿈은 스포츠클라이머 겸 비행기 조종사다. “비행기 조종사는 최근에 생긴 꿈이에요. 형이 제가 비행기를 운전하면 우리 가족이 전 세계를 마음껏 여행할 수 있다고 해서요(웃음). 스포츠클라이머로선 국가대표로 발탁되는 게 목표예요. 스포츠클라이밍이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되어 제가 첫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건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일단은 전국체전 우승이 목표지만요. 스포츠클라이밍은 도전 정신을 키울 수 있는 최고의 스포츠라고 생각해요. 여러분도 기회가 되면 한번 도전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