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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래 원장이 꿈땅자연학교를 처음 찾은 학부모에게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은 '숲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하느냐'다. 하지만 이곳에서 정해진 거라곤 '원생들에게 숲에서 자유롭게 뛰놀 시간을 준다'는 규정뿐이다. 연령별로 반을 편성하는 일반 유치원과 달리 3세부터 7세까지의 아이들을 두루 섞어 '통합 연령반'을 운영하는 것도 이색적이다. "10년 전 구립 유치원을 운영하며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잘 놀게 할 수 있을까?' 매일 고민했어요. 그러던 중 독일·덴마크 등 유럽 숲유치원 전문가 세미나장에서 해답을 찾았죠. 일단 유치원 내 장난감을 모두 없앤 후 매일 숲으로 갔어요. 처음엔 어리둥절해하던 학부모들도 자녀의 변화를 목격하곤 '열렬한 지지자'로 돌아서더군요. 당시 경험을 토대로 8년 전 꿈땅자연학교를 열었습니다."
그는 지난 10년간 숲유치원의 긍정적 효과를 수없이 목격했다. "이곳 교사진은 원생들의 안전 외엔 그 어떤 것에도 간섭하지 않아요. 아이들은 숲에서 친구들과 뭘 하고 놀지 스스로 생각해냅니다. 또래와 어울리는 과정에서 배려심·협동심도 절로 배우죠. 맑은 공기 속에서 뛰노니 심신이 건강해지는 건 당연하고요."
학부모 만족도도 높다. 첫째 아이(11)에 이어 올해 여섯 살이 된 둘째 아이까지 꿈땅자연학교에 보낸 학부모 이진희(37·서울 영등포구)씨는 "첫째가 졸업 후에도 유치원 시절을 그리워할 정도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첫째가 네 살일 때 여러 유치원을 돌아봤어요. 가는 곳마다 영어·중국어·가베·수학 등 공부를 너무 많이 시키더라고요. '이제 고작 네 살짜리 아이한테 너무 심한 것 아닐까?' 싶었는데 유치원에선 오히려 그걸 자랑스레 얘기하더군요. 그 길로 당장 숲유치원을 알아봤죠."
◇책 파는 것만 학습? 몸으로 익히는 게 '진짜' 학습
임재택 부산대 유아교육과 교수(한국숲유치원협회장)는 "아이를 유치원과 학원에 가둬놓고 인성과 창의력을 기른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임 교수 역시 3년 전부터 부산대 부설 어린이집을 숲유치원 형태로 바꿔 운영 중이다. 그는 숲유치원 원장이나 교사들에게 "아이들과 산에 갈 땐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조언한다. 아이들에게 일절 '지시'를 하지 말란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