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정부는 수능에서 영어 시험을 빼고 '한국형 토플' 성적으로 대신할 계획이라고 밝혀왔다. 하지만 이날 서 장관의 발언으로 수능 영어 대체가 사실상 백지화됐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은 "교육 당국에 또 속았다"는 반응이다. 지금까지 한국형 토플 연구·개발에 들어간 예산만 393억원이다. 교육계에서는 "한국형 토플은 엄청난 예산을 투입하고 학생들에게 혼란만 준 '잘못된 정책'의 대표 사례"라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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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바뀔 때마다 결정 미뤄'한국형 토플'을 도입한다는 방침은 5년 전인 2008년 초 논의됐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현재 중2가 대입을 치를 때(2013학년도) 수능 영어 과목 대신 국가영어능력평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밝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누구나 영어로 말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실용영어 정책이었다. 토플·토익 등 외국 시험 응시료로 국부(國富)가 유출되는 걸 막겠다는 이유도 내세웠다.
2010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안병만 교육부 장관은 "한국형 토플은 2013학년도 대입 수시에 활용할 예정"이라며 "한국형 토플의 수능 영어 대체 여부는 2012년에 결정하고, 대체된다면 2016학년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위 발표보다 도입 시기를 3년 늦추기는 했지만, 수능 영어 시험을 한국형 토플 점수로 대체한다는 메시지는 계속 준 셈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영어 말하기와 듣기 수업을 강화했고, 발 빠른 학원가에서는 '한국형 토플반'을 개설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2012년에 결정을 내리지 않았고, 작년 연말 가서 교육부는 "차기 정권에서 결정하는 게 좋겠다"고 말을 바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