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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는 글쓰기에 매년 수십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쏟는다. 졸업 전까지 전공 글쓰기 과목을 포함해 4과목의 글쓰기 수강이 필수다. 정희모 한국작문학회 회장은 “MIT를 방문했을 때 이공계 중심 대학에서 글쓰기를 왜 그렇게 강조하는지 물었다. MIT 글쓰기 교육 담당자 제임스 패러다이스 교수는 ‘MIT가 이공계 중심대학이긴 하지만 주로 경영 책임자나 관리자를 양성하기 때문에 글쓰기 능력을 중요시한다’고 답했다. 제안서 하나에 수백만달러가 왔다 갔다 하는 현실을 감안해 보니 충분히 이해가 갔다”고 했다.
변화의 바람을 주도한 것은 서울대다. 서울대는 2004년 ‘인문학 글쓰기’ ‘사회과학 글쓰기’ ‘과학과 기술 글쓰기’ ‘법률문장론’ 등 전공별 글쓰기 과목을 개설해 교양 필수로 지정했다. 단순한 문장 작법이 아닌 전공에 맞는 주제 글쓰기를 가르치겠다는 것이다.
경희대학교와 숙명여자대학교 역시 기초 교양 수업을 강화했다. 경희대는 기초 교양을 담당하는 후마니타스칼리지를, 숙명여자대학교는 의사소통능력개발센터를 별도로 만들고 논리적인 사고력을 기반으로 한 글쓰기 교육을 강화 중이다. 경희대에서는 ‘나를 위한 글쓰기’ ‘세계를 위한 글쓰기’를 개설했다. 글쓰기의 방법론뿐 아니라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한 생각의 힘을 길러주는 것이 이 교과의 목표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독서와 사고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아무리 문장력이 탄탄해도 사고력의 깊이가 없으면 소용없다. 이런 차원에서 글쓰기뿐 아니라 읽기와 말하기를 강조하는 커리큘럼을 강화한 대학도 눈에 띈다. 숙명여자대학교는 ‘글쓰기와 읽기’ 외에도 ‘발표와 토론’ ‘인문학 독서토론 1, 2’를 개설하고 이 중 세 과목을 필수 이수 과목으로 지정했다.
이화여자대학교 역시 ‘고전 읽기와 글쓰기’를 2014년부터 개설할 예정이다. 이화여대 교양국어실 김수경 특임교수는 이 수업에 대해 “한 학기에 7권의 고전을 읽은 후 고전에서 촉발받은 주제 중 현대에도 적용될 수 있는 주제로 글쓰기를 하는 수업”이라며 “사고력과 토론이 기반이 된다”고 말했다.
글쓰기훈련소 임정섭 대표는 “한국인의 글쓰기 콤플렉스”를 지적했다. 이제까지 한국인들은 글쓰기를 입시공부의 일환으로만 배웠기 때문에 글쓰기에 대한 강박증이 있고, 글쓰기의 즐거움을 모른다는 것. 작가 위주의 글쓰기 교육도 한국인의 글쓰기 콤플렉스를 낳은 원인 중 하나다. 즉 ‘글은 아무나 쓰는 게 아니다’라는 글에 대한 숭배가 암암리에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