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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3년생 자녀를 둔 문정아(33·서울 강남구)씨는 “가정·학교 단위에서 요구하는 자녀의 학업 수준이 달라 일관된 교육이 어렵다”며 “유대인은 이런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마골린씨는 “개개인의 생각과 재능을 존중하는 게 유대인 교육의 첫째 원칙”이라고 밝혔다. “유대인 부모는 자녀에게 명문대 진학을 종용하지 않습니다. 교육의 목적을 ‘자신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도록 돕는 것’에 두기 때문이죠. 제가 기른 두 아이의 성향 역시 서로 달랐습니다. 릴리(릴리안의 애칭)는 학습 능력이 매우 뛰어난 반면, 벤은 학습 장애가 있었거든요. 릴리는 공부 외에 예체능 등 다른 분야에도 관심 갖도록 도왔고 벤을 지도할 땐 매일 조금씩 가르치되 끊임없이 질문할 기회를 주며 관심 분야가 뭔지 관찰했어요. 벤과는 질문을 주고받으며 하루를 보낸 적도 있을 정도죠.”
실제로 마골린씨 같은 유대인은 ‘대화’와 ‘토론’을 교육의 핵심에 둔다. 24년간 변호사로 근무한 마골린씨는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식사를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그는 “아이들은 서로 묻고 답하는 과정을 통해 생각의 ‘과정’을 배운다”고 말했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아이들과 그날 있었던 일, 학교에서 배운 내용 등에 대해 질문을 주고받았어요. 예컨대 아이가 학교에서 아프리카 지리를 배웠다면 주방 벽에 세계지도를 걸어놓고 요하네스버그(남아프리카공화국의 도시명)를 직접 찾아보는 식이었죠. ‘여기서 요하네스버그까지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은 뭘까?’란 질문으로 온 가족이 게임을 즐기기도 했어요.”
이 얘길 들은 엄마들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참석자의 남편 대부분이 일하느라 바빠 자녀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형편이었기 때문. 고 2 자녀를 둔 김금선(52·서울 강남구)씨는 마골린씨에게 “(먹고살기 바쁜) 한국 아빠를 위한 조언”을 주문했다.
“제 교육법은 모두 아버지에게서 배웠습니다. 신문 기자였던 아버지는 아무리 바빠도 반드시 ‘하루 1시간 가족과의 저녁 식사’ 원칙을 지키셨어요. 그 시간만큼은 전화도 받지 않고 TV도 켜지 않으셨죠. 자녀와 대화하며 유대감을 형성하고 자신의 정신적 유산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습니다.”
중 2 자녀를 둔 김미라(42·서울 강남구)씨는 ‘유대인식 사춘기 자녀와의 갈등 해결법’을 궁금해했다. 마골린씨 역시 두 자녀를 키우며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그는 “자녀 때문에 화가 날 땐 아이와 거리를 두고 화를 가라앉힌 후 얘기했다”고 말했다. “사춘기 자녀와 대화할 때 지켜야 할 원칙은 ‘화가 날수록 목소리를 낮춰라’ ‘화난 상태로 얘기하지 마라’ ‘자기 생각만 옳다고 고집하지 마라’ 등 크게 세 가집니다. 무엇보다 ‘내 생각은 이런데 네 생각은 어떠냐’고 물은 후 자녀 생각에 귀 기울이세요.”
◇자녀 평가, 시험 점수가 전부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