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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 좋은 말 '그 아버지에 그 딸'… "함께 걸어 든든하죠"

2013/02/24 15:47:23

"글을 쓰지 않았다면 아버지가 얼마나 대단한 작가인지 몰랐을 거예요. 특히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작업이 얼마나 많은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진 결코 이해할 수 없었을 겁니다." 이승은(29)씨는 지난해 데뷔 작품 '마이뮤즈'의 상연 계약을 마친 새내기 뮤지컬 작가다. 마이뮤즈는 흥미로운 전개로 주목받아 일본과 정식 계약까지 마친 기대작. 그의 아버지는 '한국 극작계의 대부'로 꼽히는 이만희(58) 동국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다. 이 교수는 '불 좀 꺼주세요' '용띠 위의 개띠' 등 연극 무대에서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을 다수 집필했다. '약속'(1998) '와일드카드'(2003) 등의 영화 시나리오도 그의 작품이다.

승은씨는 대학(성균관대) 졸업 당시만 해도 '연극 연출 지망생'이었다. "당초 계획은 해외 유학이었어요. 하지만 아버지가 '외국의 연출 기술을 배우는 것보다 진짜 스토리를 만드는 능력이 훨씬 중요하다'며 대본 창작을 권유하셨죠. 그 얘기에 혹해 유학 결심을 접고 습작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그는 석·박사과정을 모두 아버지 아래서 배웠다. "집에선 다정하기만 한 아버지가 막상 작품 평가에 냉정하실 땐 야속했어요. 지금요?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제 작품으로 나라 안팎에서 데뷔하게 된 지금을 감히 상상할 수 없었을 겁니다."

이 교수는 승은씨의 성장 과정이 누구보다 기특하고 대견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칫 불필요한 간섭을 자제하기 위해 무던히 애쓰고 있다. "승은이 입장에선 제 존재가 더러 불편할 거예요. 그래서 웬만하면 이런저런 말을 삼가고 있습니다. 작가는 스스로 바닥을 치며 깨닫는 존재거든요. 제가 성급하게 미리 알려주는 게 독(毒)이 될 수도 있는 거죠. 대신 늘 묵묵히 지켜보고 응원해주려 노력하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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