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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어린이] 동시 짓는 남매 이재복·순영

2013/02/19 16:31:37

◇생활 속 모든 경험이 시의 소재로

집에 도착하니 재복이는 게임기에, 순영이는 인형에 빠져 있었다. 여느 또래 아이들과 비슷하다고 생각한 것도 잠시, 보여줄 것이 있다며 각자 방에 들어가 한 아름 종이 뭉치를 가져왔다. 그동안 남매가 쓴 시와 일기의 흔적들이었다. 박스에 가득 찬 노트에는 남매가 깨알같이 쓴 글들이 가득했다. "제가 지은 시는 제 주변에서 일어난 일을 담은 거예요. 아이스크림, 닌텐도 게임기,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순둥이 등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글로 썼어요."(이재복)

남매는 해맑게 놀다가도 동시 쓸 때만큼은 무섭게 돌변한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주변에 보이는 종이에 재빨리 작성한다. 한 편을 쓰는 데 5분이 걸리지 않은 시도 있다. 순영이는 "부담을 느끼지 않고 그 순간의 느낌을 글로 담는다. 형식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쓰기 때문에 늘 재미있고 신난다"고 말했다.

재복이는 35개월 때 처음으로 시를 지었다. 아버지의 고향이자 한산도대첩으로 유명한 경남 통영에 갔다가 드넓은 자연을 보고 기쁜 마음을 담아 그 자리에서 떠오른 생각을 입으로 내뱉었다. 내용은 '나는 행복해서 초록색 하늘을 바라봐요. 나는 학처럼 날아가서 초록색 하늘은 엄마에게 주고 파란 하늘은 내가 가질래요. 나는 파란 하늘을 떨어지지 않게 붙들고 있을래요. 그러면 모두 가지고 싶어서 부러워할 거예요'였다. 나중에 재복이는 그 시에 '행복'이라는 제목을 붙여 주었다.

"어린아이가 한 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특이해 어머니께서 적어놓으셨어요. 그때 저는 글자도 잘 떼지 못한 상태였지요. 나중에 어머니께서 다시 보여 주셨는데, 동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시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죠. 제대로 쓰지 않고 있다가 초등학교 2학년 국어 수업 시간에 우연히 동시를 다시 써 봤습니다. 그때 담임선생님께서 칭찬을 많이 해 주셔서 자신감이 붙었어요. 본격적으로 써야겠다고 결심한 순간이었죠."

그 뒤 재복이는 틈날 때마다 시를 썼다. 그 모습을 본 동생 순영이 역시 자극을 받아 시를 쓰기 시작했다.

◇남매의 양보 없는 '시 전쟁'… 실력 쑥쑥 자라

재복이와 순영이가 동시를 많이 지을 수 있었던 데는 '시 전쟁'도 한몫했다. '시 전쟁'이란, 남매가 서로 경쟁 상대가 돼 시를 짓고 잘한 사람에게 칭찬해 주는 일종의 남매간 대결이다. 한 시간 동안 동시를 한두 개 짓고 서로 평가하는 형식이다. 순영이의 얘기다.

"엄마가 시를 좋아하는 오빠와 저를 위해 생각하신 아이디어였어요. 대결 형식으로 지으면 좀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 만드신 것 같아요. 덕분에 이전보다 동시도 많이 짓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도 있었답니다."

또래 친구들은 뛰어놀 때, 집에서 동시를 짓는다는 것이 힘들지는 않을까. 하지만 남매는 보람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작가가 꿈이라는 순영이는 "책의 인세를 불우이웃에게 기부하기로 했다. 제 노력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말했다. 재복이는 "앞으로도 쭉 동시를 짓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방학 때 체험학습으로 온 가족이 정약용 생가를 방문한 적이 있어요. 그때 정약용 선생님이 지은 수많은 책을 보고 자극을 받았지요. 많은 자손이 아직도 그가 쓴 글을 보고 자극을 받잖아요. 저도 시를 많이 써서 많은 사람에게 기억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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