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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가 전국의 휴학생 1000명에게 '휴학 기간의 비용 충당 방법'을 물어보니 절반가량이(44%) '부모로부터 용돈을 받는다'고 답했다. 휴학 기간 들어간 식비·교통비·독서실비·학원비 등은 한 달 평균 43만원이었다. 군 입대 휴학을 제외한 전국 휴학생 78만여명으로 계산하면 연간 4조원이 넘는다.
정년이 9년 남은 고교 교사 이모(53)씨의 큰아들(25)은 전공 관련 자격증을 따려고 2학기째 휴학 중이다. 둘째 아들(23)도 대기업 인턴을 준비하기 위해 내년부터 휴학할 예정이다.
월 300만~400만원을 버는 이씨는 큰아들에게 매달 70만원을 보낸다. 내년에 휴학하는 작은아들에게도 5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씨는 "아들 둘 졸업시키려면 학자금 대출만 8000만원인데 휴학을 하면서 취업을 하지 않으니 부담이 된다"며 "취업한다고 해도 과연 부모를 부양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휴학생 김모(26·4학년)씨는 "대부분 영어·자격증 시험이나 어학연수 등 스펙을 쌓기 위해 휴학을 하다 보니 모든 비용을 아르바이트로 채우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매달 하숙비와 학원비 등으로 부모에게서 100만원씩 받아쓴다. 휴학 후 영어·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윤모(27)씨도 "부모님께서 '언제 졸업해 돈 버느냐'고 해 죄송하지만, 고생하는 부모님을 편히 모시기 위해서라도 좋은 회사에 들어가야 하고, 그러려면 휴학을 하고 스펙을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대학생 자녀를 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자)는 자녀 뒷바라지 등으로 노후 준비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전체 베이비붐 세대 중 19%가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 노후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월평균 노후 준비 금액은 19만8000원으로, 전체 세대의 평균인 21만원보다 낮았다.
비정규직 요양 보호사로 월 80만원을 버는 김씨도 휴학생 아들 걱정에 노후 준비를 미루고 있다. 김씨의 아들은 올 초 휴학해 1년간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은 뒤, 휴학을 연장해 해외 어학연수를 할 계획이다. 김씨는 "아들의 휴학 기간을 줄여줘 빨리 취업을 하도록 돕고 싶지만 형편이 안 된다"며 "예전에는 대학만 보내면 부모 역할은 마무리될 줄 알았는데, 아들이 휴학하면서 졸업을 미루다 보니 모든 노후 계획은 일단 아들의 취업 뒤로 미뤄뒀다"고 말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주휘정 연구원은 "평균수명은 늘었지만 과거보다 10년 정도 빨리 퇴직해 경제적으로 힘든 베이비붐 세대가 휴학 때문에 자녀 뒷바라지를 과거 세대보다 2~3년간 더 하게 됐다"며 "앞으로 자녀뿐 아니라 부모 세대까지 빈곤해지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