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18 16:31:21
해마다 수능 직후 ‘해외 대학 진학 프로그램’에 관심을 보이는 고 3 학생들이 점차 늘고 있다. 국내 명문대 또는 서울 소재 대학 진학이 어려워졌거나, 기타 원하던 대학 진학에 실패한 학생들이다. 글로벌 시대에 해외 대학 진학이 예전보다 훨씬 보편화되는 추세와도 관계가 있다. 세계대학 랭킹 기준으로 볼 때 미국에는 국내 대학보다 랭킹이 높은 대학이 수두룩하다는 점도 매력이다. 몇년 전부터 유학원이나 일부 대학을 중심으로 국내에서 영어 과정이나 교양 과정을 먼저 이수한 후 해외 대학 2학년으로 진학하는 ‘해외대 진학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어온 것도 이 때문. 특히 올해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산하 비영리기관 CIE(Cambridge International Examination)가 제공하는 국제학점인증 프로그램 ‘A·AS 레벨 과정’(이하 ‘A·AS 레벨 과정’)이 국내 최초로 도입돼 눈길을 끈다.
◇전 세계 1881개 大서 학점 인정… 선택권 다양
A·AS 레벨 과정은 그간 국내 몇몇 대학이 진행해 온 일명 ‘1+3 국제특별 전형’(이하 ‘1+3 전형’)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은 ‘대학 선택권’. 국내 대학과 미국 대학 간 협정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1+3 전형은 대학 선택이 특정 대학에 한정된다. 반면 케임브리지 학점 인증 프로그램은 미국의 경우 세계랭킹 1~2위인 하버드대·예일대 등부터 200위권 이내 대학까지도 선택 가능하다. 벤 슈미츠(Ben Schmidt) CIE 아시아태평양 지사장은 “A 레벨 과정에서 좋은 성적을 받으면 하버드대·예일대·스탠퍼드대를 포함, 미국 455개 대학(전 세계 1881개 대학)에서 학점을 인정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A·AS 레벨 과정 수강생은 총 55개 과목 중 적게는 3개, 많게는 6개 과목을 택해 최대 30학점까지 이수할 수 있다. 학습량 차이에 따라 과목당 인정 학점은 조금씩 달라진다(A 레벨 6~10학점, AS 레벨 3~5학점). 수강하고 싶은 과목부터 고른 후, 자신의 학업 능력을 고려해 해당 과목 레벨을 선택하면 된다. 이 과정을 마친 학생은 이수 학점과 고교 내신·SAT 성적, 영어 실력 등에 따라 원하는 대학에 자유롭게 지원할 수 있다. 아이비리그급 대학은 아니더라도 국내 명문대보다 랭킹이 높은 미국 명문 주립대나 사립대 등에 SAT 성적 없이 진학이 가능하다. 미국 외에 영국·캐나다 상위권대 입학길도 열려 있다.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다는 얘기다.
왕정미 캠브리지코리아 센터장은 “모든 참가자에겐 해외 대학 입시 전문 상담교사가 배정돼 입시 준비의 전 과정을 돕는다”며 “세계랭킹 기준 50~150위권 대학 진학을 주 목표로 하되, 30위권 이내 명문대 진학을 원하는 상위권 학생을 위해 SAT와 A 레벨 과정을 동시에 공부하는 아이비리그반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 교과 강의 영어로 진행… 유학 성공률 높인다
전 과목 강의가 영어로 진행되는 것도 A·AS 레벨 과정의 장점이다. 사실 기존 1+3 전형은 상당수가 국내 대학에 개설된 교양 수업을 한국어로 듣는 구조여서 유학준비에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반면, A·AS 레벨 과정에선 수학·물리학·경영학·역사학 등 대학 수준 교양 과목을 영어로 배우므로 유학 성공률이 자연스레 높아진다. 왕 센터장은 “선발된 학생은 본인의 실력에 따라 짧게는 10주, 길게는 6개월간의 영어교육 과정을 마친 후 강의를 듣게 된다”고 설명했다.
해외 대학도 A·AS 레벨 과정 이수 학생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 크리스토프 구텐탁(Christoph Guttentag) 미국 듀크대 입학처장은 “A·AS 레벨 과정 수료자는 교과목을 깊이 연구하는 방식을 익힌다”며 “그 덕분에 대부분 일정 수준 이상의 과목 이해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스튜어트 슈밀(Stuart Schmill)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입학처장 역시 “A·AS 레벨 과정 이수 학생은 각 교과목에 대한 비판적 사고력을 갖춰 (수준 높은) MIT 커리큘럼을 잘 소화한다”고 전했다. 플로리다대
(University of Florida, 미국 종합대학순위 58위)에선 “A 레벨 과정 수강 후 진학한 학생은 평균 학점이 3.45점에 이를 정도로 우수하다”는 통계 자료를 발표했다. 왕 센터장은 “한국식 교육에 길들여진 유학생 중 상당수가 미국 대학 수업 방식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도 탈락한다”며 “A·AS 레벨 과정으로 대학 수업을 미리 경험한 학생은 일반 유학생보다 한 발 앞선 상태로 현지 대학에 진학, 적응력이 뛰어난 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