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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기대는 毒… 자녀에게 '실패의 기회' 주세요"

2012/11/11 16:24:53

지난 2008년 유 신부가 서강대 이사장에 취임한 이후 그의 관심사는 유아와 초등생을 거쳐 청소년층으로까지 확대됐다. "(자신만의 가치관이 이미 뚜렷하게 형성된) 대학생과 달리 청소년기엔 어떤 교육이 이뤄지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눈을 뜬 것이다. 서강대가 유·초등생 대상 영어 교육 기관인 서강SLP와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 '마지스 토요 학교' 운영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그의 교육적 소신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는 성적이나 취업에 매달리는 요즘 대학생을 보면 종종 안타깝다. "요즘 학생들은 시야가 너무 좁아요. '100점 아니면 0점' 식의 양자택일적 사고에 갇혀 있죠. '사회는 서로 다른 사람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곳'이란 인식이 부족한 탓에 사회 적응력도 떨어져요. 자신의 성공과 출세에만 관심 갖는 현실에서 인성이 어떻게 자라날 수 있겠습니까."

유 신부에 따르면 요즘 세대의 문제는 상당 부분 부모 세대의 잘못에 원인이 있다. "부모는 '이게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라며 자신의 욕심을 자식에게 강요합니다. 하지만 사실은 '실패하는 자녀'를 차마 지켜볼 자신이 없는 것 아닐까요? 자녀를 스티브 잡스(1955~2011, 미국 애플사 창업자)나 빌 게이츠(57,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 의장) 같은 거목으로 키우고 싶은 욕심만 있지, 그 과정을 견뎌낼 강단은 없는 거죠. 자녀를 정말 크게 키우고 싶다면 성장 과정에서의 모든 시행착오를 꿋꿋이 지켜볼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의 눈에 '평생 자녀에게 맹목적으로 헌신하는 부모'는 위태롭기 짝이 없는 존재다. 자녀에게만 매달리느라 정작 자기 삶은 잃어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 "정말 자녀를 잘 키우고 싶다면 본인이 생각하는 '가치 있는 삶'을 몸소 실천해 보여주세요. 자녀 인생에 나침반이 돼주고 롤모델이 돼주는 부모야말로 진정한 고수 아닐까요?"

서광 스님의 조언ㅣ부모는 자녀 '그릇' 키워주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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