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1/11 16:13:05
"예린아, 일 좀 그만 벌여." 하나고 2학년 진예린양을 향해 친구들은 노상 잔소리다. 그도 그럴 것이 진양의 '포트폴리오'는 화려하기 그지없다. 전국고등학생정치외교동아리연합(LORD, Leaders of Rep resentative Diplomacy) 홍보국장 겸 TEDx('각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개최한 TED'를 일컫는 용어, TED는 'Technology·Entertainment·Design'의 머리글자를 딴 말로 기술·오락·디자인에 관련된 비영리 강연회를 뜻한다)하나고 총괄책임자로 활동 중인 것도 모자라 틈날 때마다 각종 영어 말하기대회와 창업대회 등에 꼬박꼬박 얼굴을 내민다. 그의 꿈은 "연락할 사람도, 할 일도 너무 많아 늘 바쁜 사람이 되는 것"이다.
그런 그도 공부할 때만큼은 '사람 없는 곳'을 찾는다. 진양의 공부 아지트는 집 근처 커피 전문점 '카페 714'(서울 강남구 대치동)다. 대로변에서 살짝 비켜난 건물 1·2층에 위치한 이곳은 저녁 시간에도 꽤 한산한 데다 테이블 사이 간격이 넓어 오롯이 자기 용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구조를 띠고 있다. 간혹 옆 테이블 고객이 대화를 나누기도 하지만 그나마 주인이 틀어주는 음악 소리에 묻혀 별로 거슬리지 않는다.
명문대 출신의 진양 부모는 그에게 입버릇처럼 "공부하지 마라"고 말한다. "전교 꼴등도 해봐야 훗날 '뒤처진 사람의 심정을 헤아리는' 리더가 될 수 있다"는 논지에서다. 실제로 진양 부모는 딸의 독서실 등록을 마뜩잖아하는 건 물론, 집에서 책이라도 펴들라치면 어김없이 '영화 보자' '커피 마실래?'라며 훼방을 놓는다. '공부하고 싶은' 딸과 '딸이 공부 이전에 인생부터 배우길 바라는' 부모 간 타협점이 바로 카페였다. '커피 마니아'인 부모 덕에 어릴 때부터 카페가 친숙했던 것도 도움이 됐다.
처음엔 쫓기듯 찾은 공간이었지만 진양과 카페의 조합은 의외로 잘 어울렸다. "평소 호기심이 많은 편이거든요. 집에서 공부하면 어느 순간 책꽂이에 꽂혀 있는 책 한 권 한 권이 궁금해 머릿속이 복잡해지곤 했어요. 하지만 카페에 공부하러 갈 땐 가방 무거운 게 싫어 꼭 봐야 할 책만 들고 가게 돼요. 당연히 공부 도중 한눈팔 일도 줄었죠. 우유부단한 제 성격엔 '카페 자습'이 딱인 셈이에요."
◇김건우군의 아지트… '야외 벤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