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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놀이로 배려·협동심 길러주세요"

2012/10/21 15:52:09

이기숙 교수는 인성교육을 방해하는 첫째 요인으로 ‘인지교육(교과학습) 중심의 유아기 선행학습 풍토’를 꼽았다. 조기교육 때문에 서로 배려하고 협력하는 품성을 기르는 데 필요한 ‘놀이 문화’가 사라졌다는 설명이다. “유아기는 뭔가를 ‘말’로만 가르칠 수 있는 시기가 아닙니다. 반드시 ‘공감’과 ‘행동’이 더해져야 해요. ‘친구 장난감을 빼앗으면 안 된다’고 말로 타일러봐야 소용없어요. 어울려 놀면서 친구가 자기 장난감을 빼앗을 때 기분이 어떤지 느끼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 규칙을 정하고 따르도록 해야 합니다. 사실 요즘 부모 중 상당수가 ‘친구들과의 놀이는 무의미하다’고 여기죠. 하지만 유아 인성교육에서 놀이만큼 중요한 건 없어요.”

지나친 선행학습은 아이들에게서 긍정적 자아 개념을 형성할 기회도 빼앗아간다. 한 자녀 가정이 대부분인 요즘, 아이들은 집에서 왕자·공주 대접을 받으며 자란다. 부모는 ‘아이 기죽이면 자신감 꺾인다’며 야단 한 번 치지 않는다. 학습적 성과를 제외한 나머지 영역, 이를테면 아침 일찍 일어나기나 혼자 옷 입고 밥 먹기 같은 기본 생활 습관은 숫제 무시하는 부모도 있다. 이 교수는 “부모 생각과 달리 과보호 속에서 자란 아이 성격이 오히려 소극적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유아 인성교육에 대한 부모의 착각도 문제다. 가장 흔한 착각 유형은 ‘부모 말에 순종하는 아이=인성이 좋은 아이’로 오인하는 경우. 최근 유아 대상 ‘글로벌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한 유성희 소장은 “인성에 문제가 있는 청소년은 대부분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거나 조절하지 못한다”며 “무조건 착한 아이가 돼야 한다고 말하는 대신 유아기부터 부정적 감정의 표현·처리 요령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밥상머리 대화’ 같은 가정 내 교육이 무너졌어요. ‘퇴근 후 아이를 데리러 갈 테니 씻기고 저녁까지 먹여 달라’고 보육기관에 요구하는 부모도 꽤 많습니다. 같이 밥 먹고, 목욕하고, 책 읽으며 노는 과정에서 부모와의 애착 관계가 형성되고 인성이 발달하는데 그럴 기회가 사라진 거예요.”

◇언행도 ‘대물림’… 부모부터 모범 보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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