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17 03:05:42
김군과 같이 책을 안 읽는 '책맹(冊盲) 학생'이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재단법인 한국출판연구소가 지난해 전국 초중고교생 3001명을 대상으로 독서 실태를 조사한 결과, '한 학기에 책을 1권 이상 읽었다'는 학생은 83.8%였다. 10명 중 2명은 아예 책을 안 읽는다는 뜻이다. 조사를 시작한 1993년 이래 최저 수준이다.
하지만 이 수치조차 실제보다 많이 과장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학생들의 독서량이 통계에 나오는 것보다 크게 작을 것이란 분석이다. 교과서나 입시 관련 책 외에 교양서적 등을 1년에 한 권도 읽지 않는 학생이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학생 대상 설문 조사에서는 책을 읽지도 않았으면서 읽었다고 대답한 학생이 매우 많다"면서 "책 안 읽는 학생들 실태는 실제로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초등학생보다 중학생이, 중학생보다 고교생이 더 심하다. 중2 여학생 학부모 김모씨는 "우리 딸 독서 습관이 변한 분수령은 '스마트폰'"이라고 했다. 초등학교 6학년 말에 스마트폰을 사달라고 해서 사줬더니, 점점 책을 읽는 시간이 줄어들더라는 것이다. 고교생은 대입(大入)과 관련된 책 이외에는 보기 어렵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독서 사교육까지 성행하고 있다. 경기도 성남의 중1·고2 자녀를 둔 이모씨는 아이들을 '독서 학원'에 보내고 있다. 한 달 4회 수업에 책 2권을 '떼는 데' 12만5000원이다. 이씨는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하도 안 읽으니까, 한 달에 2권이라도 읽혀야지 싶어서 학원에 보낸다"고 했다.
한국출판연구소 백원근 책임연구원은 "어른들이 지하철에서 모두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면서, 아이들에게만 책을 읽으라고 하니 말을 듣겠느냐"면서 "부모, 교사가 독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어린 시절부터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어줘야 독서가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자리 잡게 된다"고 말했다.
미국은 성인들 사이에 독서 문화가 조성되어 있고, 자연스레 자녀의 독서에 대한 부모들의 관심이 높다. 어린 시절부터 '자녀에게 책 읽어주기'와 '자녀와 함께 도서관 가기'가 습관처럼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재임 시절에 '자녀를 무릎에 앉히고 책 읽어주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치기도 했다.
한국교육개발원 김순남 소장은 "미국 학교들의 교과 수업은 일반 책을 읽고, 그 내용으로 토론하고 다시 그에 대해 글을 쓰게 하는 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별도로 독서를 강요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책 읽기와 쓰기, 말하기 교육이 된다"며 "우리나라 학교 교육도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