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6/15 16:11:05
◇ "작품 선정·경매 기획·가격 결정…하는 일 너무 많아"
김 경매사는 “일반적으로 한 작품당 1분 이내로 경매가 진행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경매가 해외 경매보다 빠르게 진행되는 편이에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빠른 진행을 원하거든요. 경합이 치열한 경우에도 한 작품당 길어야 2~3분이면 경매가 끝나죠. 일반적으로 메이저 경매에 180점가량 거래되니 총 2시간 정도 걸려요. 하지만 외국의 경우엔 좀 달라요. 대표적인 예로 지난달 미국 뉴욕에서 열린 뭉크의 ‘절규’ 경매에 무려 12분이 걸린 걸 들 수 있죠.”
그에 따르면 미술품 경매사는 한마디로 ‘미술품 경매를 진행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경매 당일에만 일한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서울옥션의 경우 경매사가 작품을 모아 경매를 기획하는 일까지 맡고 있어요. 또 시장 조사를 통해 해당 작품의 기준 가격도 정하죠. 경매품 소개 도록에 원고를 쓰는 일도 제 업무 중 하나예요.”
김 씨는 경매사에게 꼭 필요한 자질 중 하나로 ‘분위기를 이끄는 리더십’을 꼽았다. “경매사가 매출의 30%를 좌지우지한다는 말이 있어요. 경매사가 좌중을 압도하고 분위기를 잘 이끌면 판매가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던 작품이 판매되기도 하거든요. 실제로 경매 현장에서 제가 ‘이 작품은 지금 사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손짓과 눈빛을 보내면 구매를 결정하는 분이 꽤 있으세요.”
정확한 발음과 판단력도 중요하다. “여러 고객이 동시에 패들을 들 때가 있어요. 이때 순간적으로 누가 가장 먼저 들었는지를 정확하게 판단해야 해요. 고객의 재산과 연관이 있는 만큼 공정한 진행이 필수거든요. 실수로 패들을 든 고객 등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순발력도 필요하죠.”
◇“화려해 보이지만 정신·육체적으로 고된 직업이에요"
그가 경매사의 길로 들어선 건 지난 2005년. 대학원에서 미술사(史)를 전공하면서 미술품 경매에 관심이 생겨 졸업 후 서울옥션에 입사했다. 이후 직원들을 대상으로 열린 경매사 교육을 받고 활동을 시작했다.
“첫 경매는 잊을 수 없어요. 인사동에서 열린 중저가 미술품 경매였는데요. 한 작품이 300만원에서 시작해 3000만원까지 올라가는 거예요. 너무 당황한 나머지 호가 단위를 바꾸지 못했어요. 원래 100만원대와 1000만원대는 호가 단위가 달라야 하거든요. 웃지 못할 실수를 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