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4/18 17:16:31
◇아쿠아리스트=해양 생물 총책임자
용해진 씨의 하루 일과는 아침 회의로 시작한다.
“출근 직후 다른 아쿠아리스트들과 모여 각자 맡은 생물의 현재 상태나 특이·변동사항에 대해 이야기해요. 펭귄 담당인 저의 경우 ‘다이어트가 필요한 펭귄을 격리시켰다’ 등을 말하곤 하죠.” 회의가 끝난 후엔 맡은 수조를 둘러본다. 모래 여과기 등 정화장치가 잘 작동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생물의 상태를 유심히 관찰한다. “펭귄들은 특히 발바닥 질병에 자주 걸리는 편이에요. 산성이 강한 똥을 많이 싸는데 그걸 밟고 돌아다니기 때문이죠. 그래서 똥이 잘 빠질 수 있는 매트를 깔고 청소도 자주 해줘야 해요. 질병에 걸린 펭귄이 발견되면 전시 수조에서 빼내 격리시키거나 약을 주는 등 조치를 하죠.”
먹이 주기도 빼놓을 수 없는 일거리다. “물고기들에겐 각자의 입 크기에 맞게 먹이를 적정한 크기로 손질해줘요. 펭귄에겐 양미리를 주는데, 얘들이 좀 까다로워요. (웃음) 양미리가 깔끔하게 손질되지 않아 흐물흐물하거나 약간 터져 있으면 먹지 않거든요. 이 외에도 전시 기획·연구 등이 제 일이에요.”
그가 아쿠아리스트란 직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대학교 4학년 때. 여자 동기들과 함께 사이판으로 졸업여행을 간 게 계기가 됐다. “제가 대학교에 진학할 당시 해양학이 이슈가 돼 해양생명과학을 전공했어요.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아쿠아리스트엔 별 관심이 없었죠. 그런데 사이판에 가서 스쿠버 다이빙(Scuba diving)을 해보고 생각이 달라졌어요. 바닷속을 헤엄쳐 다니는 형형색색 아름다운 물고기들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렸죠.”
◇“전 세계 바다 생물과 교감할 수 있는 직업”
여행에서 돌아온 용 씨는 아쿠아리스트가 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코엑스 아쿠아리움 인사팀 담당자에게 문의 메일을 보냈어요. 수족관을 찾은 어린이들을 인솔하는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죠. 수족관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해보고 싶었거든요. 결국 2004년 코엑스 아쿠아리움 교육팀에 입사, 2006년부터 어류팀으로 발령받아 아쿠아리스트로 일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실제 접해 본 아쿠아리스트 일은 만만치 않았다. 송곳처럼 날카로운 펭귄 부리에 물리는 건 예삿일이었다. 모래 자루 등 무거운 짐을 나르느라 팔목이나 허리 부상도 잦았다. 그는 셔츠를 걷어 왼쪽 팔을 보여주며 말했다.
“여기 피멍 보이시죠? 오늘 물린 거예요. 왼쪽 인중 부근에 움푹 파인 상처는 1~2년 전에 물린 거고요. 무릎은 상처투성이에요. 하루는 뜰채로 물속 찌꺼기를 건져내다가 펭귄이 채를 부리로 잡아당겨 물에 빠지기도 했어요. 흠뻑 젖었죠. 하지만 고된 만큼 보람도 큰 직업이에요. 맡은 생물이 잘 적응하며 지낼 때 얼마나 뿌듯하다고요. 제가 맡은 훔볼트 펭귄이 지난 2009년 우리나라 최초로 번식에 성공했을 땐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이 감격스러웠답니다. 또 관람객들의 열띤 호응도 큰 힘이 돼요.”
용해진 씨는 아쿠아리스트의 매력으로 다양한 해양 생물과 교감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전 세계 바다 곳곳에 살고 있는 해양 생물들을 가장 먼저, 아주 가까이에서 만나볼 수 있는 직업이에요. 물고기를 맡게 된다면 매일 스쿠버 다이빙을 하면서 물고기와 어울릴 수 있죠. 바다 생물을 좋아하는 어린이라면 아쿠아 리스트에 꼭 한 번 도전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