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0/10 17:35:35
이처럼 성폭행이란 심각한 범죄가 학생부에 남지 않는 것은 애매한 법 조항 때문이다. 학교 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5조 2항에 따르면 '성폭력은 다른 법률에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 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만 보면, 성폭력은 학교 폭력법에 따라 처벌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를 열어 징계하지 않아도 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학생부에는 학폭위가 열려 학폭위에서 결정된 징계사실만 기록된다.
학교 폭력법 5조 2항은 2008년 새로 신설된 조항이다. 성폭력 사건은 특수성을 감안해 학교 차원에서 조사하기보다, 경찰에서 전문적으로 조사하고 더 엄하게 처벌하라는 취지에서 이 조항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정부가 올 초부터 학교 폭력이 발생하면 학폭위를 열고 학폭위에서 결정된 조치 결과를 학생부에 기록하도록 하면서 형평성 문제가 불거졌다. 예컨대 친구를 때리는 학교 폭력은 학생부에 기록된 반면, 성폭행같이 큰 범죄를 저질러도 학폭위가 열리지 않고 학생부에 기록이 남지 않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살짝 때리기만 해도 학생부에 기록이 남는데, 성폭행은 기록되지 않는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시도교육청과 교육과학기술부에는 학교 교사들의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성폭력 사건에 대해 학폭위를 열어야 하는지 묻는 학교가 많다"고 했다. 일부 학부모들이 "왜 다른 범죄만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되고 성폭력은 봐주느냐"는 항의를 하고 있다.
교육 당국도 법의 허점을 인정하고 있다. 교과부 윤소영 학교폭력근절과장은 "애초 법 5조 2항은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더 엄벌하자는 취지였지만, 성폭력을 학생부에 기록하지 않기 위해 '악용'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교과부는 성폭력은 피해자가 동의했을 때만 학폭위를 열고 가해자에 대해 조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학폭위가 열리면 조사 협조가 제대로 안 되고 피해자가 제2의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학폭위 개최 여부를 피해자 의사에 맡길 경우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합의를 압박하는 등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법무법인 나우리 한승미 변호사는 "이미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는 친고죄가 아니기 때문에 피해자의 동의를 받아 가해 학생을 조치하지 않아도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